“부산, 대구, 대전, 서울 등 과거의 향기를 품고 남아 있는 곳에 카메라의 초점이 머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는 건물, 도심의 공원 등 모든 주변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뀐다. 이런 변화에도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옛 공간들이 있는데 본지에선 부산, 대구, 대전, 서울의 낡고 빛바랜 지역들이 과거의 향기를 품고 남아 있는 곳을 소개한다. 비루하기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장소들이 카메라에 담겨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곳을 내 카메라에도 담아보자. - 편집자 주 -

대구 - 중구 근대 골목

▲ 대구 계산성당(사진참고: 대구시청)

대구 중구 골목길은 근대문화가 산재해 있다. 골목길 사이사이에 많은 근대 건축물과 고택들이 즐비해 대구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1백년의 역사를 지닌 계산성당은 사적 제290호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쌍탑으로 이뤄진 건물은 경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910년경에 지어진 서양식 건물인 동산 선교사 주택은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스윗즈 선교사가 살았다고 해서 ‘스윗즈 주택’으로 불리며, 현재는 의료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 등 주택에 살았던 선교사의 이름을 붙인 옛 건축물도 감상할 수 있다. ‘청라언덕’은 이은상의 가곡, <동무생각>을 배경으로 하는 곳이자, 대구 기독교의 중심지이다. 이외에도 삼성그룹의 시발점인 삼성상회를 비롯해 항일 시인 이상화 선생 고택,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국권 회복을 꿈꾼 민족운동가 서상돈의 고택, 대구유형문화재 제30호 대구제일교회 구예배당 등 다양한 근대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또 만세운동길 90계단에는 삼일운동 당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약전골목, 뽕나무골목, 진골목 등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 골목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다.
대구 중구청은 근대 문화재를 묶어 ‘골목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해설사가 참가하는 투어는 물론 자유투어도 가능하다. ‘대구 중구 골목투어 앱’을 내려 받으면 골목에 대한 상세 설명을 들으며 투어를 할 수 있다.
●참고 : 대구시 중구 골목투어 홈페이지(http://gu.jung.daegu.kr/alley )

광주 - 남구 양림동 근대문화골목

▲ 광주 우일선 선교사 사택(사진참고: 광주시청)

광주 양림동에는 미국 남장로 교회 선교사들 덕분에 서양 근대문화가 들어왔다. 선교사 벨목사(한국명 배유지)가 처음 예배를 드렸던 사직도서관 앞 선교기념비를 시작으로 근대문화 탐방이 가능하다. 광주 최초의 병원인 제중원과 여학교 수피아여고는 1백년 전, 벨 목사와 오웬 의사(한국명 오기원)가 설립한 곳이다. 수피아여고 아래에는 이장우와 최승효 가옥이 있다. 이장우 가옥은 전통 한옥과 일본식 가옥양식이 합쳐진 주택이다. 양림교회 옆에 있는 오기원 기념관은 1912년경에 완공됐다. 순천, 고흥 등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오기원을 기념하는 건물로, 완공 당시 전남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으며, 2층 건물 탓에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양림동은 광주의 기독교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부산 - 중구 및 감천동 문화마을

▲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전경

부산은 과거와 현재가 한자리에 공존한다. 높은 아파트 옆에는 낡은 주택이 산재하고, 산등선마다 주택들이 빼곡히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현대와 근대, 근대 이전의 모습이 섞여있는 탓에 영화 <친구>, <1번가의 기적>, <거룩한 계보> 등이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특히, 많이 촬영된 장소는 부산 중구다. 중구는 한일전쟁 후, 피난민들이 모여 살며 판자촌으로 이뤄진 지역이다. 계단이 40개로 이뤄진 중앙동의 40계단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곳으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오프닝에 사용된 장소다. 국제 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자갈치 시장, 용두산 공원 등이 중구에 밀집되어 있다.
한때 태극도 신앙촌이 집단으로 거주해 태극마을로 불리던 사하구의 감천동은 현재 ‘감천동 문화마을’로 불린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이뤄진 집들이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형성되어 있던 마을에 집 외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곳곳에 조각품이나 벽화를 그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골목길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고 그 사이 사이에 아기자기한 그림, 미술품이 있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참고 : 부산시청 문화관광 (http://tour.busan.go.kr )

대전 - 대전역 대흥동

▲ (구)동양척식회사 대전점(사진참고: 문화재청)

대전의 근대화 건축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나가는 대전역 일대를 시작으로 용두동까지 건설됐다. 철도 개통 당시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탓에 근대건물이 많이 건설됐다. 근대건축 문화재 제19호인 한성은행 대전점은 1957년 건립당시 모습을 현재도 그대로 사용되나 은행 간판이 가려서 건물특성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구)동양척식회사 대전점 역시 등록문화재 제98호다. 1921년에 지어진 건물은 외벽이 붉은 벽돌로 이뤄졌다. 대흥동 문화의거리에는 1937년에 건설된 옛 대전여중 강당, 대흥동 성당 등이 근대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옛 충남도청 건물은 지난해 이전한 탓에 현재는 문화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흥동 거리는 오래된 낡은 건물들로 인해 세련돼 보이지는 않지만,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벽, 간판 등의 진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군산 - 장미동·월명동·신흥동

▲ (구)군산세관 본관(사진참고: 군산시청)

1899년 개항된 군산항 인근에는 근대문화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대부분이 일본 침략 잔재 건물이지만, 우리 역사를 알 수 있는 장소로 중요한 현장이다. 군산항은 타 개항도시와 달리 호남, 충청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에 송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항되어 일본 상공인들이 많이 거주했다. 국내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건축물 중 하나인 (구)군산세관은 현재 호남관세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붉은 벽돌과 목조형태가 어우러진 곳으로 한국은행 본점 건물과 같은 양식으로 지어졌다. (구)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1907년에 설립된 은행으로, 일본이 쌀 반출과 토지 강매를 위해 만든 곳이다.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1923년에 완공된 금융시설로 일제강점기 대표적 건물이다. 일본으로 전라도 곡창지역의 쌀을 송출하기 위한 항만시설인 군산항 부잔교 역시 우리의 아픈 역사다. 신흥동에 있는 히로쓰 가옥은 포목상인 히로쓰가 사용하던 저택으로 <타짜>, <장군의 아들>에서 등장했다. 또한 2층 목조건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식 가옥 중 가장 뛰어난 건물로도 평가받는다.
해망굴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지휘소로 사용되어 총알 자국도 볼 수 있다. 이 해망굴 인근은 1970년대에서 그대로 멈춘 듯 한 곳이니 촬영 중 꼭 방문하기 바란다.

취재 / 이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