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밸런스 (White Balance) 3

● 인간의 눈은 인종, 환경 등에 따라 인지하는 색이 다르다.
프로 패션사진가는 봄이 되면 여름 카탈로그를 촬영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괌, 사이판, 하와이 등으로 이동해 촬영한다. 그곳의 캘빈(K)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청명하고 맑고 쾌청한 여름 분위기를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슈퍼카인 페라리 자동차는 대부분 채도가 높고 맑은 레드(RED) 색이 가장 많이 팔린다. 그 빨간색은 ‘이탈리안 레드(Italian Red)’라고 고유명사로 부를 정도로 특이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잡지 등의 인쇄에서는 정확하게 색이 표현되지 못한다. 한때 일본이 거품경기였을 때 연간 4천 대가 생산된 페라리 자동차 중에서 2천 대 이상을 일본사람들이 구입했을 때가 있었다. 이탈리아의 지중해성 기후에서는 매우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일본에 가면 영화에서 보던 섹시한 빨간색이 아니고 약간 칙칙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것은 일본의 기후와 공해 등으로 다른 캘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같은 자동차도 LA 지방의 서부와 뉴욕의 동부에서 상당히 다른 색을 선택한다고 한다. 물론 일반적인 다양한 차와 옷, 가구 등을 선택하는 선호도도 상당히 다른 것은 기후와 캘빈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할리우드 영화는 대부분이 노란색 계열의 세피아가 강한 색이 전체적으로 깔리고 있어, 영화의 색만 봐도 헐리우드 영화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잡지, 책 등도 미국에서 나온 인쇄물은 상당한 노란색이 전체적으로 느껴진다. 포토샵 5.0 이전의 미국 기준색(CMYK전환 등에 이용되는)은 5500K에 기준이 설정돼 있었다. 즉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6500K의 기준 색보다 상당히 노란색을 띠고 있다. 그러한 경향은 미국사람들의 기후와 피부색, 문화 등이 그러한 색을 좋아하고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는 청색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의 피부에 맞는 프린트를 가지고 유럽 사람들에게 판단하라고 하면 잘못된 프린트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우는 빨간색의 선호도가 강하기에 장예모의 영화를 보면 헐리우드와는 전혀 다른 색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일본사람들의 선호도와 미국의 문화가 섞인 경향이 있다. 기후는 일본과 비슷하지만 오랫 동안 미국의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그러한 선호도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포토샵에 일본 기준점, 미국 기준점이 있으나 한국의 기준점은 아직 없어 인쇄, 프린트 등에 기준점을 가질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루 빨리 우리의 기준점이 포토샵에 들어가야 인쇄, 프린트 등의 CMS를 활성화 시킬 수 있고, 색을 다루는 선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색에 대한 선호도는 인종, 기후, 캘빈, 소득 등 여러 가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같은 인종이라도 자라온 환경에 따라 다르고 심지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의 코닥필름은 정제된 색을 표현하고 노란색이 많이 느껴지지만 일본의 후지필름은 채도가 강하고 빨간, 녹색이 많이 느껴진다. 코닥과 후지의 필름이 팔리는 지역과 나라 또한 좋아하는 선호도와 대부분 일치한다. 몽고와 남미의 광활한 지역에 사는 인종 중에는 시력이 2.0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고, 별로 없는 환경에 익숙한 민족은 원색에 대한 거부감과 신성함을 동시에 나타내기도 한다. 색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점은 있을 수 있으나 색을 인지하고 선호하는 것은 인종, 문화, 사람에 따라 다르다.

●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에 비해 색 표현이 부족하다.
필름은 눈으로 보는 색이 정확하게 표현 되는 것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원칙이다. 그러나 기술의 부족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필름의 색 표현 채도를 높게 하고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설정한다. 눈으로 보는 것 보다 상당히 화려하게 표현되는 필름을 우리는 좋다고 착각하고, 이러한 필름이 잘 팔리기 때문에 메이커에서는 화려하게(야하게) 표현되는 필름을 만든다. 포지필름의 경우 촬영할 때 약간 노출을 부족하게 설정해 색을 진하게 만들고 콘트라스트를 높인다. 다시 인화를 프린트샵에 맡기면 다시 채도를 높여 프린트를 한다. 이유는 역시 화려하게(야하게) 인화하는 프린트샵을 프린트 잘하는, 실력이 있는 곳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프린트(인화), 인쇄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상당히 화려하게 오버된 색을 보고 있고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것은 늘 보는 TV도 마찬가지로 공장에서 나올 때의 기준 값이 이미 오버된 색을 표현하고 다시 조정해 채도를 높게해 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디지털카메라는 메이커에서 기본적으로 설정된 색상 값에 따라 색이 결정된다. 오토로 촬영된 데이터를 모니터를 통해서 보면 인화된 필름사진에 비해 채도가 부족하게 보이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는 색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것이다. 화소가 적은 보급형 카메라 일수록 세팅된 색상이 화려하고, 콘트라스트가 높고 샤프니스가 강하다. 고급 디지털카메라 일수록 절제된 표현을 하고, 프로 디지털카메라의 경우는 실제 색에 가깝도록 설정돼 있다. 따라서 색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본적으로 값비싼 프로용 DSLR 카메라가 색상, 채도, 콘트라스트, 샤프니스가 가장 부족하게 표현된다. 디지털카메라는 카메라의 색상 설정에 따라 얼마든지 색, 채도, 콘트라스트, 샤프니스 등을 자기가 좋아하는 이미지로 세팅 시킬 수 있다. 또한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에서 색을 조절할 수 있고 프린트과정에서 얼마든지 색 조절이 가능하다. 필름카메라의 색 표현이 옳은 것이 아니다. 또한 디지털카메라의 색 표현이 정확한 것만도 아니다. 단지 필름사진과 인쇄에 익숙하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의 색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확한 것은 눈으로 느낀 색과 분위기를 디지털카메라, 촬영과정, 소프트웨어 작업, 프린트 등을 통해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그러한 것을 판단, 선택해 만드는 것은 인간의 능력이 좌우하는 것이고 카메라, 프린터 등은 단지 그러한 것을 도와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글 : 황선구 /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디지털이미지 컬럼니스트(diart@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