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밸런스의 선택!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본 사람은 쉽게 고민에 빠진다. ‘저렴하면서 간편하고 기능이 많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살까? 아니면 덩치가 크고(폼 나는) 렌즈교환이 가능한 비싼 DSLR 카메라를 살까?’ 한참을 고민 끝에 이것저것 액세서리까지 함께 견적을 내다보면 어느덧 저렴하고 기능 많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로 눈길이 끌리는 것이 당연한 일! 그래서 메모리카드에 리더기, 가방, 삼각대까지 갖춰 마음에 드는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해 급한 마음에 곧바로 대망의 출사를 나가는데…
의외로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사용법이 만만치 않다. 아니, 오히려 예전 필름카메라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 때문에 이리저리 버튼을 눌러 찍어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하나 건지지 못하는 디지털카메라에 그만 녹다운이 된다. “뭐 이렇게 사진 찍기가 어려운거야!” 하면서 필름카메라에 비해 더 작고 더 다양하면서 신기한 디지털카메라의 기능에 눈길을 주다보면 정작 사진을 찍어야 하는 순간에 어떤 기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놓치는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로 나만의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함께 공부해 보기로 하자.  - 편집자 주 -


▲화이트밸런스 표시기호

필름카메라와 다르게 디지털카메라에는 ‘화이트밸런스’라는 메뉴가 있다. 화이트밸런스란 어떤 특정 조건의 조명환경(야외의 태양, 실내의 형광등, 또는 백열등)에서 사진을 찍을 때 흰색을 흰색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조명조건을 디지털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감지센서에 입력하는 메뉴이다. 실제로 실내의 형광등 아래에서 흰 종이를 보면 눈으로는 흰색으로 보이지만 디지털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를 형광등 모드에 맞춰 놓지 않고 사진을 찍으면 흰 종이가 전혀 다른 색으로 찍혀지게 된다. 바로 디지털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감지센서에 형광등 빛의 파장을 감지하는 값을 설정하지 않아 생기는 결과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상적인 촬영에서의 화이트밸런스 선택은 정확한 색을 재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맑은 날, 야외에서는 태양광 모드(해 그림)로, 구름이 많아 약간 흐리고 뿌연 날이나 비 오는 날씨엔 흐린 날 모드(구름 그림)로, 카페나 레스토랑의 백열등 아래에서는 백열등 모드(백열전구 그림)로, 형광등 아래의 실내에서는 형광등 모드(형광등 그림)로 설정해주는 기본적인 센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디지털카메라에는 오토 화이트밸런스 기능이 내장돼 있어 카메라가 화이트밸런스를 자동으로 감지해 스스로 알아서 조명조건에 따라 화이트밸런스를 조절해주기도 하지만 이 자동기능이 그렇게 정확하지만은 않다. 오토 화이트밸런스 모드에는 카메라 제조사에서 입력해 놓은 화이트밸런스 범위 안에서 최적의 화이트밸런스를 찾을 뿐이므로 간단하고 편리할 순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의 조명조건을 모두 충족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러므로 정확한 색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오토 화이트밸런스 모드보다는 그 조명조건에 맞는 화이트밸런스 모드를 자기가 선택해 촬영하면 훨씬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 스스로 정확한 화이트밸런스를 알기 어려운 상황일 때, 예를 들어 햇빛과 형광등이 함께 공존하는 실내라든지, 형광등과 백열등이 함께 있는 실내 같이 서로 다른 성격의 조명조건이 섞여 있을 때에는 오히려 오토 화이트밸런스 모드가 더 손쉽고 정확할 수도 있다. 여러 조명조건이 섞여 있을 때 그중 하나의 화이트밸런스만을 선택해서 디지털카메라에 입력해 촬영하면 나머지 다른 조명조건의 색 표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므로 어색한 느낌의 작품이 될 여지가 많다. 그러므로 오토 화이트밸런스와 수동 화이트밸런스 선택을 촬영 상황에 적절히 잘 이용하면 보다 좋은 작품을 수확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경우에 따라서 화이트밸런스를 다르게 활용해 또 다른 색 표현으로 좋은 작품을 건질 수도 있다. 화이트밸런스는 조명의 성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지속적인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이 변화를 미리 예측하면 더욱 분위기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원래 디지털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선택은 그 광원과 같은 값을 선택하게 설정돼 있어 태양광이나 형광등, 백열등 아래에서 촬영을 할 때 그 광원과 같은 화이트밸런스 모드를 선택해야 정확한 색 재현을 한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화이트밸런스 선택을 다르게 해 색의 균형을 깨트려 오히려 부정확한 색 표현을 통해 더욱 분위기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도 하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인물 촬영을 할 때 조명이 백열등이라고 가정한다면, 한번은 백열등 모드로 촬영을 하고 또 한 번은 태양광 모드로도 촬영을 해보자. 백열등 모드에서 촬영한 인물의 색은 정확하고 깨끗한 느낌이 들지만 태양광 모드로 화이트밸런스를 전혀 다르게 적용시켜 촬영하면 인물의 모습은 따뜻하고 그 장소의 분위기를 더욱 정감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이 때 플래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필수!)
또한 한낮에 푸르른 새벽의 찬 공기 가득한 느낌의 풍경사진을 만들기 위해서 백열등 모드로 촬영을 해보자. 백열등의 색감이 따뜻한 붉은 색이 돌기 때문에 백열등 모드에서는 그 붉은 색을 지우기 위해 푸른색이 기본적으로 들어 있어서 한 낮의 거리풍경을 새벽녘의 차가운 색감으로 바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

정확한 색 표현을 위해 조명조건과 같은 화이트밸런스 모드를 선택하는 것은 기본적인 디지털카메라의 사용방법이지만 필름카메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 기능을 활용해 보다 색다르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자유자재로 응용한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은 디지털사진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최재웅 강사(being99@freechal.com) / 네오모드사진학원(www.neom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