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도 국내의 색깔 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해외에 소개하는 일과, 기획이 어려워도 의미 있는 외국작가들을 소개하는 부분에 힘쓸 생각입니다”

- 공근혜갤러리의 현재와 앞으로의 계획을 손보람 큐레이터에게 듣는다 -

경복궁 길을 따라 올라가면 청와대 오른편에 위치한 아담한 정원이 있는 공근혜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최근 국내 첫 개인전으로 호평을 받은 샌디 스코그런드의 전시장에서 공근혜갤러리의 손보람 큐레이터를 만났다. 지난 2006년 4월, 개관 이래 조엘 메이어로위츠, 베르나르 포꽁, 민병헌, 김수강 등 국내외의 개성 있고 깊이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 온 공근혜갤러리는 수많은 갤러리 중에서도 작가와 작품의 색깔이 분명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근혜갤러리의 현재와 앞으로의 계획을 공근혜갤러리의 깊이 있는 색깔을 차츰 닮아가고 있는 손보람 큐레이터에게 자세히 들어본다.  - 편집자 주 -


▲ 공근혜갤러리 손보람 큐레이터

■ 공근혜갤러리를 개관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지난 2005년, 논현동에 갤러리 W를 오픈했다가 사간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공근혜갤러리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공근혜 관장님이 1990년대 말에 프랑스에서 귀국한 후, 미술관에서 일하면서 한국 미술계를 처음 접하셨는데 그때 자신의 이름을 건 화랑을 운영하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과 지금의 화랑이 탄생한 것입니다.”

■ 국내 타 갤러리들과 다른 공근혜갤러리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공근혜갤러리는 그 동안 국내에서 다루지 못한 세계적인 사진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화랑을 표방했습니다. 또한 작품의 투명한 거래를 위해 가격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젊은 콜렉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화랑이 되기 위해 30~40대의 취향을 고려한 작가와 작품들을 선정하고,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 공근혜갤러리에선 그동안 어떤 전시회를 개최했나요?
“개관 이래로 꽤 많은 전시회를 열었는데 다른 갤러리보다 비교적 색깔이 분명한 편입니다. 지난해 2월, 연출사진의 선구자인 베르나르 포꽁 전을 시작으로,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문 ‘검프린트’인화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전속작가 김수강 전, 전통적인 인화방식을 고수하는 민병헌 전, 그리고 지난해 12월6일부터 2008년 2월3일까지 열린 샌디 스코그런드 전 등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전시를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 공근혜갤러리 전경

■ 그동안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2006년 4월에 열렸던 조엘 메이어로위츠 전시회가 개관전인 만큼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전시였는데, 사진계에 계시는 거의 모든 관계자들과 학생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다녀가시면서‘이 사진가의 전시를 살아생전 보다니, 한국도 많이 좋아졌어’라고 하시는 말씀에 가슴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2월에 개최된 베르나르 포꽁 사진전은 하루 2백 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전시를 한 달간 더 연장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습니다. 이밖에도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샌디 스코그런드 전도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 지난 2월3일까지 열린 샌디 스코그런드 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샌디 스코그런드는 보색의 강력한 색감대비와 작가가 직접 조각한 오브제를 이용하여 현실에서는 양립할 수 없는 극적인 상황을 한 공간에 연출하여 사진으로 남깁니다. 1981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선정되면서 사진사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메이킹 포토의 기수로 평가 받고 있는 미국의 사진가입니다. 지난 전시에서는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03년 최근 작업까지 각 시기를 대표하는 사진작품 14점과 전시 당시 사용되었던 조각품도 함께 전시했습니다. 프랑스의 베르나르 포꽁이 서정적이라면 샌디 스코그런드는 강하고 감각적인 작가입니다.”

■ 공근혜갤러리가 ‘아트페어 (ACAF) 뉴욕 2007’에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과가 어떠했나요?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ACAF는 서울과 뉴욕에서 2×13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수정 씨의 기획으로,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미국시장에 소개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으며 한국 화랑 20곳을 포함하여 약 10개 국, 80개 화랑이 참가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라 그런지 홍보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일부 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콜렉터나 뮤지엄 관계자들이 많이 참여하여, 갤러리와 작가들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김중만 사진가의 경우 강렬하고 한국적인 색깔로 외국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나라 사진가들을 외국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보면 외국작가전이 특히 많은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우리 갤러리에선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이미 사진사에 이름을 남긴 외국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런 전시회를 통해 현재 사진계 또는 예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의 작업 경향에 영향을 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서구사진이 미친 영향력과 한국 사진의 현 주소를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갖기 바랍니다. 또한 더 많은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사진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 향후 공근혜갤러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2008년에는 해외 아트페어에 주력해서 한국 작가들의 역량을 알리는 기회를 더욱 빈번하게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2007년 아트페어에 공근혜갤러리 사진가로 참여한 김중만, 김수강, 민병헌 사진가의 사진 작품들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굵직한 콜렉터들의 반응을 보면서, 한국 사진가들이 세계적인 작가의 대열에 들어설 가능성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의 색깔 있는 젊은 사진가들을 발굴하고 해외에 소개하는 일과, 기획이 어려워도 의미 있는 외국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부분에 힘쓸 생각입니다.”

■ 공근혜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고 싶어 하는 작가들이나 관람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갤러리에선 사진을 비롯하여 회화 분야의 여러 젊은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회화에서 사진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인데, 이미 외국은 사진에서 영상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흐름을 파악하고 앞을 내다보는 공근혜갤러리만의 보다 좋은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인터뷰 / 송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