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포토 트래킹이 가능한 곳으로 떠나보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1년에 한번 있는 여름 휴가와 방학이 기다리는 계절이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의미 없는 해외여행을 다녀왔거나 꽉 막힌 국내 휴가지에 몸서리 친 경험이 있다면, 올해는 어려운 경기 상황을 고려해 오로지 나만을 위한 도보 여행을 떠나보자. 바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느림의 미학은 계곡과 바다로 더위를 피해 떠나는 여행과 달리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부여해 줄 것이다. 여유롭게 걸으며 심신도 단련하고, 그곳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한국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국내 걷기 코스 4곳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제주도 올레길
‘큰길에서 집으로 이르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 올레는 지난 2007년 제주 출신의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개발한 제주길이다. 총 14코스와 우도올레로 구성된 제주도 올레길은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전히 올레길은 개발되고 있다. 올레길의 오름에 오르면 아름다운 풍광과 푸르디 푸른 바다와 맞닿은 길에서 여유로움마저 생겨난다. 15~23㎞의 올레 코스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체력을 실험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체력이 다소 부족한 사람은 굳이 코스별로 걷지 않아도 된다. 목표를 세워 걷기 보다는 자신의 체력에 맞게 산책하듯 제주도를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 좋다. 특히, 올레길 3코스에는 故 김영갑 사진가의 ‘두모악갤러리’도 포함되어 있으니, 사진을 통해 색다른 제주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정표가 되는 파란 화살표와 리본을 찾는 재미도 있으니, 보물찾기하듯 올레길을 나서보자.
• 정보 문의처 : (사)제주올레 (www.jejuolle.org, 064-739-0815)
• 참고 서적 :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 북하우스 / 2008년 8월29일

▲ 제주도 올레길 1코스의 시작 부근 말미오름 모습

동해 해안길
동해안에 단순히 걷기 위한 코스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해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7번 국도를 따라 도보 여행이 가능하다. 여름철 인산인해를 이루는 바닷가에서 조금 벗어나서 관망하는 자세로 바라보는 동해안도 즐거운 여행 중 하나다. 정해진 코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도를 따라 걸어가기 때문에 다소 위험할 수도 있지만 원하는 구간이나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지역을 선택해 걸으면 좋다. 부산에서 시작해 울산, 포항, 영덕, 울진, 삼척, 강릉, 통일전망대를 연결하는 7번 국도는 바닷가를 끼고 도로가 형성되어 아름다운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펼쳐지는 일출과 오징어 건조 풍광, 영덕 풍력발전 단지 등 시원하게 탁 트인 경치를 만날 수 있다.
• 참고 서적 : 7번 국도 / 사진집단 일우 / 다빈치 / 2009년 6월24일

▲ 7번 국도에서 만날 수 있는 영덕 풍력발전단지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지리산 둘레길은 전북, 전남, 경남 3개도와 남원, 구례, 화동, 산청, 함양 등 5개 시군과 16개 읍면을 잇는 300㎞의 도보 코스다. (사)숲길에서 지난해 개설해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2011년에 전체를 잇는 하나의 길이 탄생될 예정이다. 현재는 지리산 서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70㎞의 길이 주천-운봉(14㎞), 운봉-인월(9.7㎞), 인월-금계(16.72㎞), 금계-동강(11.24㎞), 동강-주천(10.98㎞) 등 5개 구간으로 나뉜다. 오솔길과 옛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등을 감상하며 느릿느릿 호사로운 여유를 보자. 백두대간의 끝자락에서 한국의 정기와 청록의 나무로 가득한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 정보 문의처 : (사)숲길 www.trail.or.kr 063-635-0850
• 참고 서적 :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 이혜영 / 한국방송출판 / 2009년 6월12일

▲ 지리산 둘레길의 아름다운 전경(사진 제공: (사)숲길)

변산 마실길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 해안을 따라 형성된 변산 마실길은 지난 6월21일, (사)우리땅걷기모임이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해수욕장까지 18㎞(1코스)를 걸으며 처음 소개됐다. 변산반도가 지닌 천혜의 바다와 숲길이 만나는 길로, 총 5코스로 구성된다. 1코스는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 2코스는 격포해수욕장에서 내소사, 3코스는 내소사에서 개암사까지이고, 4코스는 개암사에서 구암리 고인돌, 새만금전시관, 5코스는 구암리 고인돌을 거쳐 우슬재, 내소사에 이르는 구간이다. 완성된 길은 아니지만, 도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길이다. 마실길을 걷다보면 서해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원효와 의상, 진물 대사의 불교 관련 유적지와 고인돌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유익하다.
• 참고 : 변산반도 국립공원 http://byeonsan.knps.or.kr

▲ (사) 우리땅 걷기 주최로 열린 변산 마실길 답사 모습 (사진 제공: 최만호)

슬로시티
느리게 먹기와 느리게 살기 운동으로 시작된 국제 인증의 ‘슬로시티’는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5구역을 인증했다. 우리나라 최대 갯벌 염전인 신안군 증도면에서는 해안선 일주도로에서 드넓은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다. 옛 어촌 마을의 모습과 해녀를 만날 수 있는 완도 청산도는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곳으로, 아담한 돌담길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유기농법과 표고버섯 재배지로 유명한 장흥군 유치면에서는 월암마을 유치 자연휴양림이 있다. 또한 전통 먹거리가 많은 담양 창평면은 금성산성과 메타세쿼이아길이 있어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차재배지 하동군 악양면에선 매암차문화박물관과 최참판댁, 평사리공원을 만날 수 있다.
• 참고 : 슬로시티 www.cittaslow.kr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연과 문화, 역사의 특성을 살려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선정했다. 소백산 자락길, 강화둘레길, 정약용의 남도유배길, 동해 해안길, 박경리의 토지길, 고인돌과 질마제를 따라 100리길, 여강을 따라 가는 역사문화체험길 등 총 7곳이 선정되었다. 테마별로 선정된 길에는 옛길에 역사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박물관과 전시장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도보 여행의 붐이 일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 모든 지역들이 새로운 도보코스를 개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먼 곳으로 휴가 여행을 떠나기 어렵다면 가끔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발해 여유롭게 걷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 그 동안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길과 이미지들이 펼쳐질 것이니 자! 이제 등산화 끈 질끈 묶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심신도 단련하고, 그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보자.

취재 / 이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