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가을 여행’ - 서울 근교 걷기 좋은 길 5곳

길거리에 가득 핀 산들거리는 코스모스와 제 집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이 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날씨가 청명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활동하기에 좋다. 조용히 그늘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고, 낙엽 떨어지는 산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아찾기 여행을 떠나도 즐겁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 어색하지 않은 가을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무더위를 피해 가족과 함께 단체 여행을 다녀왔다면, 올 가을엔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 보자. 특히, 서울 근교에 조성된 걷기 코스는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가을의 신선한 기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도심, 숲, 산, 바닷가 등 어디든 열려 있는 서울 근교의 걷기 좋은 길 5곳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강화도 나들길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강화도에는 8개 코스로 구성된 나들길이 조성되어 있다. 강화도는 바다와 산 등을 고루 둘러볼 수 있어 좋다. 나들길에는 한국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갖가지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다.
▲제1코스인 ‘심도역사문화길’은 고려가 몽고의 침략에 항전하던 궁궐터인 고려궁지와 만난다. 바로 외규장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제2코스 ‘호국돈대길’은 해안선을 따라 진과 돈대를 볼 수 있는 곳으로 특히, 봄과 가을의 경치가 좋다. 이밖에도 ▲고려 왕릉을 볼 수 있는 제3코스 ‘능묘가는길’ ▲8개 코스 중 가장 짧은 11.5㎞인 제4코스 ‘해가지는 마을길’ ▲덕산산림욕장의 숨길과 외포어시장을 볼 수 있는 제5코스 ‘고비고개길’ ▲화남생가와 두리미마을을 지나 농촌 풍경이 펼쳐지는 제6코스 ‘화남생가 가는 길’ ▲갯벌 해안에 아름답게 펼쳐진 제7코스 ‘갯벌 보러 가는길’ ▲가장 긴 코스이자 아름다운 해변코스인 제7-1코스 ‘동막해변 가는길’ ▲철새도래지인 제8코스 ‘철새 보러 가는길’ 등이 펼쳐져 있다.
강화도 나들길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도보여행자 여권 때문이다. 해외여행 갈 때 공항에서 받는 여권 도장처럼 나들길에서도 각 코스별로 지정된 장소에서 출발해 완주하면 도보여행자 여권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 모든 코스를 완주하면 완주인증서도 증정하니 그 재미는 배가 된다. 도보여행자 여권은 강화터미널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배포한다.
서울 신촌에서 3000번이나 3100번 버스를 타면 강화도로 직행한다. 강화나들길 공식 카페(http://cafe.daum.net/vita-walk)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 평화누리길

김포 대명항 함상공원을 출발해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신탄리역 철도 종단점을 연결하는 평화누리길(DMZ 트레킹 코스)은 북한을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는 코스로, ▲김포시 3개 코스(38.40㎞)와 ▲고양시 2개 코스(24.50㎞) ▲연천군 3개 코스(62.20㎞) ▲파주시 4개 코스(56.30㎞)로 구성되며, 1개 코스 당 거리가 짧게는 8㎞부터 길게는 21.6㎞에 이른다. 12개 코스에선 다양한 유적과 관광지를 만날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다.
김포시 코스는 외세의 침공을 막은 덕포진을 비롯해 강화도 입구를 지키는 문수산성,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155m의 애기봉을 지난다. 고양시 코스는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의 싸움터로 유명한 행주산성을 시작으로 일산의 호수공원과 킨텍스의 산책하기 좋은 코스를 지나 파주의 출판문화공동체인 출판 도시에서 끝을 맺는다.
영어마을, 헤이리마을, 프로방스마을을 포함하는 파주코스는 임진강과 마주하며, 율곡 이이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 제자들과 함께 지낸 화석정을 지나 임진강을 감상할 수 있는 황포돛배 선착장에서 끝난다. 현재 파주코스는 아스팔트 길이 많다는 도보자들의 의견에 따라 코스가 수정되고 있다. 프로방스마을 이후가 자유로변 농로로 변경되었으며, 탄현 산업단지와 소각장 인근의 산길이 추가되었다.
마지막 연천길은 고려시대의 태조, 혜종, 정종 등 7명의 왕의 신위를 봉안해 제사를 지내던 숭의전과 임진강 도립공원 예정지, 임진강 유원지 예정지를 지나 경원선 철도의 마지막 역인 신탄리역에서 끝을 맺는다. 각 코스별로 담당 길안내 게시판 카페지기가 있으니, 카페를 참조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기도 걷는 길의 공식 카페는 ‘http://cafe.daum.net/ggtrail’이다.

시흥시 늠내길

뻗어 나가는 땅이란 의미의 ‘늠내길’은 시흥 시청에서 출발한다. 숲길, 갯골길, 옛길 등 총 3구간으로 나뉘며, 전체 코스가 나지막한 산으로 조성되어 걷기에 좋다. 1구간인 숲길은 총 13㎞로, 옛날 옥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옥녀봉,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연꽃과 같이 생겼다고 이름 붙인 군자봉, 선사시대의 집단 취락지인 선사유적공원 등이 있다. 1코스 중간에는 39번 국도가 지나고 있어 주유소 앞 횡단보도를 지날 때는 국도로 다니는 차를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제2갯골 코스는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행성(뱀이 움직이는 형태) 내만갯골을 끼고 있으며, 햇빛에 반짝이는 염전을 지난다. 또 이곳에선 멸종 2급, 보호 1종인 맹꽁이, 금개구리가 서식하는 갯골생태공원, 갯장어와 염생 식물들이 많아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한 옛 염전 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생태공원 소금창고 앞 둑방길부터 부흥교까지 사유지란 이유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3코스인 옛길은 총 11㎞로, 야트막한 고개란 뜻과 여우 출연이 많았던 여우고개, 조선말 장사꾼들이 도둑을 피해 급하게 걷다가 숨이 턱에 차서 하우하우 댔다는 하우고개, 소래사 마애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3코스를 걷는데는 총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흥시 늠내길 관련 자료는 시흥시청(www.siheung.go.kr) ebook 자료홍보관에서 볼 수 있다.

서울 성곽 순례길

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으로 둘러진 18.7㎞의 서울 성곽 순례길은 서울 4대문인 숭례문, 흥인지문, 숙정문, 돈의문과 창의문, 혜화문, 광희문, 소의문 등 4소문을 비롯해 국보 8개까지 총 169개의 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길이다.
제1구간인 남산코스는 숭례문에서 남산공원을 지나 장충체육관으로 이어지고, 2구간인 낙산코스는 장충체육관에서 광화문, 흥인지문, 낙산공원, 혜화문을 잇는다. 북악산 코스인 3구간은 혜화문에서 청운대, 창의문까지 이어지며, 인왕산 4구간은 창의문에서 출발해 국사당과 선바위를 지나 정동길에 다다른다.
한편 얼마 전, 종로구청은 서울 성곽 순례길의 ‘스탬프투어’를 시작했다. 4대문의 이름에 담겨진 인(仁)/의(義)/예(禮)/지(智) 의미를 담아 각 구간을 지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주는 것이다. 스탬프투어 운영 장소는 종로구청 홈페이지(http://tour.jongno.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서울 성곽 순례길을 완주하는데 총 10시간15분 정도 소요되므로 아침 일찍 출발하거나 2~3일에 걸쳐 완주할 수 있다.

오산시 도보여행

오산시가 추천하는 도보여행길은 타 지역의 걷는 코스보다 짧아 2~4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독산성 코스는 한신공원에서 독산성산림욕장을 끼고 보적사, 양산봉에 이르며, 총 4.98㎞다. 북부(여계산)코스는 오산천 중류에서 시작해 궐리사, 예계산을 지나 독산성 코스로 이어지며 총 구간이 5.86㎞다. 동부(필봉산)코스는 오산천상류인 문화예술회관에서 수청근린공원, 필봉산, 외삼마동 고인돌 공원으로 4.23㎞(총 12㎞ 중 현재 일부만 개통), 남부(마등산)코스는 총 10㎞ 중 3.25㎞만 설치가 완료됐다. 오산천 코스는 오산천 상류에서 오산천 하류, 오산대학을 잇는 길로, 완성된 코스 중 8.88㎞로 가장 길다. 도보 중간에 백제시대에 축성한 고성인 독산성 세마대지와 궐리사 등의 문화 유적지도 들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산길이 험하지 않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로 구성된 오산시 도보여행코스는 15㎞ 이상의 거리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최적의 장소다. 자세한 정보는 오산시청 홈페이지(www.osan.go.kr) 내 오산문화-관광지도에서 볼 수 있으며, 관련 문의는 오산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031-371-4792)로 하면 된다.

취재 / 이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