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도, 신두리, 천관산, 울진의 오지마을 -

축축한 장마철이 지나면 태양이 작렬하는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온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인해 움직이기도 귀찮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여름휴가가 기다리고 있으니 장마철에 집에만 있음을 억울해 하지 말자. 그 억울한 마음을 날려버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벗 삼아, 가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자연에 빠져보자. 그 옆에 그날의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카메라는 여행의 동반자다.
이에 본보에선 사진 서적을 출간한 사진가들이 추천하는 ‘올 여름 출사 휴가지’를 소개하니 미리 올 여름 즐거운 출사 여행 계획을 꼼꼼히 세워보자. - 편집자 주 -

남경숙 사진가의 ‘청산도’

“느릿느릿 자연을 벗 삼아 돌담과 바다를 느끼다”

한때는 신선이 살고 있는 섬이라 불린 적 있는 전남 완도군 소재의 청산도는 공기가 맑고 산과 바다가 푸르러 청산(靑山)이라 불린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촬영해 인기가 높아진 섬이지만 지난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1999년 이탈리아의 시장들이 모여 만든 슬로시티 운동은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면서 ‘따뜻한 사회, 행복한 세상’을 추구한다. 특히, 세계 슬로시티 연맹 본부에서는 청산도를 ‘자연과 사람, 모든 것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평가했다.
‘36도5부’의 저자 남경숙 사진가는 “그동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남도 여행이었다. 요즘 슬로길이라는 산책로가 생겨 하루나 1박2일로 떠나는 여행이 즐겁다. 정갈하게 놓여 있는 돌담길부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여름철 남도의 따뜻한 인심을 촬영하기 안성맞춤이다”라고 말했다.
3코스로 구성된 슬로길을 느릿느릿 걸으면 푸른 바다와 녹음 짙은 산과 조우해 도시의 각박한 모습을 잊어버릴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예부터 내려오는 초분문화, 서편제에 등장한 정겨운 돌담길, 다랭이논이 옛 모습 그대로 보전되어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을 안겨준다.


(사진제공: 완도군청)

김주원 사진가의 ‘신두리’

“바람의 흔들림과 풍경을 조용히 촬영할 수 있는 곳”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뤄진 태안반도의 서쪽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은 황량한 모래 언덕이다. 길이 3.4㎞, 너비 0.5~1.3㎞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너른 해안사구는 모래를 이용해 바람과 파도가 장난치듯 만들어놓은 걸작이다. 1만5천 년의 세월이 이뤄낸 사구는 그 형태가 옛 모습을 거의 보존하고 있어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왠지 척박하기만 할 것 같지만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맹꽁이 등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와 표범장지뱀, 갯메꽃 등의 동식물이 함께 서식하는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곳이다. 신두리는 지난 2001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했으며, 해양생태계 보전지역, 습지보전지역으로 보호되어 다른 곳에 비해 개발 속도가 더뎌 자연을 잘 보전하고 있다.
‘사진가를 위한 포토샵’과 최근 눈을 배경으로 한 풍경을 촬영한 자신의 사진을 묶은 ‘WHITE’의 저자 김주원 사진가는 “신두리는 아름다운 사구가 펼쳐져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곳이다.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작업하기에 좋고, 상업 시설도 많지 않아 인공미를 배제한 자연이 전해 주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힌다.
신두리 모래 언덕이 주는 자연과 함께 삶의 역동성을 느끼게 해주는 갯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곱게 펼쳐진 백사장은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 굴 양식장을 만든다. 그 속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주민의 모습도 색다른 풍경이며, 단단한 갯벌을 걷다보면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떨어지는 일몰 모습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진제공: 태안군청)

박동철 사진가의 ‘천관산’
“멋들어진 다도해의 아름다운 전경을 가슴에 담아”

전남 장흥군의 천관산은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어 마치 천자(天子)의 면류관과 같다고 해 이름지어졌다. 나무의 푸르름과 기암괴석의 모습이 조화로운 천관산은 억새와 동백꽃을 생각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천관산문학관에서 문학공원에 이르는 등산로를 따라 펼쳐진 돌담과 돌탑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높이는 723m로,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리며, 봄에는 진달래와 동백꽃, 철쭉으로 붉게 물들고, 가을에는 억새로 뒤덮인다.
‘여행이 즐거워지는 사진 찍기’의 저자 박동철 사진가는 “관산읍을 통해 정상에 올라가는데 이때 천관산문학관을 지나면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산책길이 나온다. 봄과 가을에 동백꽃과 억새로 유명한 산이지만, 여름철 정상에 올라 다도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온몸에 맞으면 바다에서 바로 접하는 바람보다 그 시원함이 더하다. 정상의 천관산에는 다도해가 한 눈에 들어와 좋은 사진 포인트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여름철에는 바다로,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땀 흘린 후에 천관산의 바닷바람과 산바람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그 상쾌함을 결코 알 수 없다. 산지 지반이 침강해 정상부가 섬으로 남은 지형인 다도해는 섬이 많은 해역으로, 천관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멋들어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또한 다도해의 일출 역시 근사한 그림이며, 그 빛에 반짝이는 바닷물은 은빛 송어 때를 연상시킨다.


(사진제공: 장흥군청)


김완모 사진가의 ‘경북 울진’

“천연송, 금강송과 별자리 촬영이 가능한 오지마을”

경북 울진은 송이축제와 친환경 농업 엑스코가 열려 새롭게 부각되는 지역이다. 동해라는 큰 바다가 위치한 만큼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할 수 있으며,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수령이 5백 년 이상 된 금강송과 곧게 뻗어 있는 금강송이 조화를 이뤄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안개가 낀 날이면 소나무와 함께 더욱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이는 1990년대 후반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군락지로, 2001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의 숲길에서는 맑은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른 아침에 촬영이 적합하다.
원시성이 살아 있는 울진 백암온천의 북쪽에 위치한 선시계곡은 사람의 발길이 적어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좋다. 또 백암산의 산길은 걷기 좋으며 오솔길과 금강송을 만날 수 있다.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에 위치한 성류굴은 다양한 종류석, 석순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실전 사진 촬영을 위한 DSLR BIBLE’, ‘사진은 크롭이다’와 최근 ‘사진의 구도와 연출’를 펴낸 김완모 작가는 “울진에는 오지마을이 많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에 한번 쯤 도전해 볼만한 곳이다. 지난해 여름 별자리 촬영을 위해 방문한 곳으로 멋진 별 자리 모습을 촬영했다. 또 울진이란 장소가 송이축제, 천연송 군락지, 친환경 엑스코 등으로 새로이 떠오르는 곳이니 올 여름 시간 내어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김완모 사진가)


취재 / 이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