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디포드의 풋 패드를 밟고 날아가는 새를 촬영하면 카메라 이동이나 방향 전환이 어렵지만, 허리벨트에 고정하면 와이어 길이가 짧아져서 방향 전환이 빠르고 지지 효과도 좋다”

- 두 달간 실제 조류 촬영 현장에서 삼각대 대신 스태디포드를 사용한 강창완 사진가로부터 스태디포드 사용기를 듣는다 -

한국조류보호협회의 강창완 제주도지회장은 부인 김은미 조류학자와 제주도에 터를 잡고 조류 생태 보호에 앞장서는 조류사진 전문가다. 그는 몇 날 며칠 동안 위장을 한채 철새를 기다리면서 민첩하게 달아나는 새를 쫓아 다양한 조류의 생태를 기록한다. ‘조류사진가는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과 빠르게 대처하는 순발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강창완 사진가는 늘 강조한다. 강창완 사진가는 얼마 전, 부인과 함께 그 동안 촬영한 새 사진을 모아 어린이를 위한 조류 서적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에는 강창완 작가의 작품 7백여 점이 수록되어 있다.
한편, 일년 중 근 3백50일 이상을 야외에서 새와 함께 생활하는 강창완 사진가의 배낭은 늘 무거운 촬영 장비로 가득하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강창완 사진가의 배낭에는 낯선 장비 하나가 삼각대를 대신하고 있다. 바로 줄의 장력을 이용한 초소형 모노포드 ‘스태디포드(SteadePod)’가 그것이다. 때로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새의 움직임보다 무거운 장비 무게가 촬영에 방해가 될 때가 많아서 전문 사진가에게 조금 더 가벼운 장비는 늘 로망이 된다. 지난 두 달간 실제 조류 촬영 현장에서 스태디포드를 사용한 강창완 사진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 편집자 주 -

▲ 제주도에서 조류사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창완 사진가


스태디포드를 사용하기 전에 이와 유사한 장비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나?
“조류사진용 촬영 장비는 무거워서 삼각대나 모노포드를 이용해 지탱할 때가 많다. 가격은 비싸더라도 무거운 장비를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삼각대를 선호하는 편인데, 온갖 장비를 사용해 본 나조차도 스태디포드처럼 가볍고 휴대가 간편한 흔들림 완화 장치를 사용해본 적은 없다.”

처음 스태디포드를 본 느낌과 카메라 또는 캠코더에 장착해 사용해본 소감은?
“‘이렇게 가볍고 단순한 장비가 과연 촬영에 도움이 될까’하고 의심한 것이 사실이다. 큰 기대 없이 카메라에 부착하고 와이어를 당겨 촬영해보니, 카메라의 흔들림이 어느 정도 보완되었다. 특히, 카메라보다도 캠코더 촬영 시 흔들림은 더 골칫거리인데, 이를 완벽히 보완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평소 조류사진을 찍을 때, 삼각대나 모노포드의 사용 빈도가 많았을텐데, 이를 스태디포드로 대체하면서 도움이 되었나?
“빠르게 움직이는 새를 찍기 위해선 초점거리가 200㎜ 이상인 망원렌즈가 필수다. 보통 조류사진가들이 사용하는 망원렌즈는 1.5㎏ 이상이라 지지대 없이 들고 찍으면 흔들림이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무겁더라도 삼각대나 모노포드를 사용한다. 여러 망원렌즈에 스태디포드를 장착해 사용해 본 결과, 200㎜ 렌즈처럼 가벼운 것은 어느 정도 흔들림을 막아주고 삼각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4㎏이 넘는 500㎜ 이상의 망원렌즈를 장착한 촬영 장비에는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한편, 가벼운 망원렌즈를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풋 패드를 밟고 날아가는 새를 촬영하면 카메라 이동이나 방향 전환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허리벨트에 고정하면 와이어 길이가 짧아져서 방향 전환이 빠르고 지지 효과도 좋았다.”

▲ 강창완 사진가는 스태디포드의 와이어 길이를 최소화해 방향 전환을 신속히 하면서 카메라 흔들림을 보완하기 위해 주로 풋 패드를 허리에 걸어 사용한다.

▲ 강창완 사진가가 제주도에서 촬영한 각종 조류사진

평소 어떤 상황에서 스태디포드를 사용하고 있나?
“한 장소에서 머물며 촬영을 할 때는 삼각대를 주로 이용하고, 이동을 하면서 촬영하거나 노출이 현저히 낮은 숲 속에선 스태디포드를 활용했다. 나는 카메라를 자동 노출로 설정하고, 상황에 맞게 셔터스피드를 조절한다. 그늘진 숲 속에서 200㎜ 망원렌즈를 부착한 카메라에 스태디포드를 결합해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1/30초로 촬영했는데, 도감에 사용해도 좋을 만큼 흔들림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또 광량이 부족한 실내에서 캠코더로 동영상을 촬영할 때도 가벼운 스태디포드를 늘상 이용했다.”

항간에 ‘스태디포드가 삼각대 또는 모노포드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던데, 실제 스태디포드를 사용해본 사람으로서 이런 의견에 동의하나?
“카메라를 들어 줄의 장력을 발생시키므로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에 따라 스태디포드의 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가벼운 단렌즈나 일반 표준렌즈를 사용해 장노출이 아닌 순간 촬영을 할 때는 삼각대나 모노포드를 대체할 수 있겠지만, 조류사진처럼 무거운 망원렌즈를 사용할 때는 적절한 촬영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스태디포드는 삼각대나 모노포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 집안에서 가정용 캠코더로 가족의 일상을 촬영할 때도 스태디포드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태디포드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무거운 망원렌즈를 이용하는 새 촬영보다 캠코더 촬영에 더 적합했다. 나는 새보다 인물이나 움직이는 동물을 주로 촬영했다. 허리벨트에 풋 패드를 걸고, 피사체와 함께 움직이면서 촬영하면, 스태디포드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흔들림 보정 효과가 좋았다.”

스태디포드를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풋 패드를 허리에 걸거나 발로 밟는 것이 불편했다. 풋 패드가 등산용품인 카라비너처럼 원터치 방식의 고리라면, 허리벨트 또는 신발, 기타 사물에 걸기가 보다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를 감안해서 여러 형태의 모델이 개발됐으면 좋겠다.

조류사진 전문가로서 조류사진 촬영 팁을 한 가지 소개한다면?
“멋있고 희귀한 장면을 찍고 싶은 것은 모든 사진 애호가들의 한결같은 바람일 것이다. 조류사진의 기본은 기다림이다. 새가 눈치채지 못하게 위장도 하고, 어떨 때는 차 안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기도 한다. 훌륭한 조류사진은 왜곡되거나 연출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의 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인터뷰 / 김치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