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사진 작업은 나를 표현하고 알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 창작과 일로써 표현되는 김미경 사진가의 사진 세계를 듣는다 -

작가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는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니 말이다. 대한민국에는 소위 돈 잘 버는 작가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사진가가 존재한다. 오늘 소개할 김미경 사진가 또한 이러한 삶과 창작의 경계를 묵묵히 걸어가며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처럼 두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면서도 ‘자신을 표현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자족하는 김미경 사진가의 창작과 일로써 표현되는 사진 세계가 궁금해 만나보았다. 다음은 김미경 사진가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편집자 주 -

▲ 김미경 사진가

사진으로 알아가고 표현한다
프리랜서 작가이자 순수 사진가로 분주히 살아가는 김미경 사진가. 사진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메인은 순수사진이다. 두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한 바 있는 김미경 사진가는 물을 소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라고, 어머니가 해녀임에도 불구하고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겨서다. 이런 트라우마 때문에 사진 주제도 물에서 시작된다. 사진이 곧 나이고 내가 사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경험을 사진에 먼저 풀어 놓아야 한다.”
그의 첫 번째 전시 ‘She is who she is’는 물에서 배회하는 여성을 다룬다. 여성을 대신한 인형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또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두 번째 전시인 ‘Paradise Lost’ 역시 물 속에서 동화가 펼쳐진다. 목마와 새장, 식물, 물방울 등 물 안에서 헤매고 있는 피사체는 몽환적이면서 쓸쓸하기만 하다. 현재 2년째 작업 중인 ‘원초적 바다’의 배경은 제주도다. 이전 작업이 작가의 통제에 의해 제어된 공간에서 진행됐다면, 세 번째 작업은 물 밖으로 나왔다.
“내 작업은 끊임없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은 생각했던 곳에 있지 않고, 그보다 더 멀리 있어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다. 그 위치를 알 수 없는 것이다. 현실 속에 나는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질 수 없어 슬프다. 제주도에서 진행되는 세 번째 작업은 앞서 진행된 공간과 달리 자연이다. 하지만 이 작업 또한 이전 작업과 동일 선상에 있다. 제주도라는 공간이 사뭇 다르지만 여전히 물에 비치는 아련한 것들을 찾아 돌아다닌다. 물을 통해 바라보는 모습은 깨어지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이중 잣대의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다큐멘터리 및 공연 사진가, 사진 강사 … 이 모든 사진 행위는 내 작업에 활력을 준다

누군가에게 있어 작가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돈 많고 배부른 사람들로 비춰질 수도 있다. 순수사진 분야는 수요가 적어 시장이나 작업 환경이 척박할 거라는 생각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김미경 사진가는 주변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인생이 즐겁다’고 자신한다.
“나는 가진 것이 없어서 잃을 것도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이것은 단순히 생각의 차이다. 어떤 분야든 끝까지 가보면 무언가 보이게 마련이다. 그 희망이 스스로를 견디게 해주는 것이다. 만약 도중에 포기해 버렸다면 사진이 다시 그리웠을 것이다. 사진 작업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기약 없는 마라톤과도 같다. 나는 단거리 달리기는 못하지만 지구력이 좋아 오래 달리기에는 자신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순수사진만 고집하지 않는다. 의뢰가 오면 무대사진도 촬영하고, 일반인을 상대로 사진 교육도 한다. 사진을 직업이 아닌 일로써 생각할 때도 있다. 이 두 가지 직업과 일에서 서로 조율을 맞춰 유지하고 있다.”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사진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다. 김미경 사진가는 ‘돈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의 작업을 꾸준히 하라’고 그들에게 조언한다. ‘손을 놓지 않고 작업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만의 믿음이다. ‘오로지 사진가로 살아가기 보다는 다양한 일을 겸하는 것도 좋다’는 김미경 사진가는 현재 후학을 양성하는 사진 강사로, 공연을 촬영하는 프리랜서 사진가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사진을 매개로 하지만 서로 색깔이 다르다. 또 상호간에 큰 도움이 된다. 사진 아이디어가 작업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많은 사진가들은 한쪽 일 때문에 다른 또 하나의 작업이 어렵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다면 그 다른 일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시각이 형성될 수도 있다.”



▲ 김미경 사진가의 첫 번째 사진전 ‘She is who she is’

사진가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마음을 열고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현대사진은 어렵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한 작품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 역시 이해되지 않는 작품이 많다. 예전에 영국에서 유학할 때 박물관에 걸려 있는 피카소의 작품이 이해되지 않아 매일 찾아가 그림 앞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피카소의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처럼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단순히 이미지만 보지 말고 작가가 이야기 하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을 볼 때 아주 잠시 동안 작품을 응시하고 지나간다. 그러면 작품이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 또 단순히 지식이 많다고 해서 작품이 잘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는 작품에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풀어 놓는다.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작업이지만 그 속에는 김미경 자신이 있기에 그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즉, 작품은 작가만의 주관적인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외침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세계관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사진이 곧 자신’이라고 말하는 김미경 사진가는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단다.


▲ 두 번째 사진전 ‘Paradise Lost’

지금은 세 번째 사진전과 두 권의 출판물을 준비 중이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최근 작업은 바다와 숲을 이야기한다. 블루와 화이트톤이 중심인 이번 작업은 앞선 작품과 연계된 것으로, 오는 2013년경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전보다 오브제에 대한 다양성을 뽐내며 여전히 자신만의 작업을 보여주는 그는 올해 두권의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2010년에 출간한 ‘오! 마이 베이비’가 일반 콤팩트 카메라로 자신의 아이를 예쁘게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엄마들을 위한 책이었다면, 향후 출판될 ‘지금 그곳에 가면(가칭)’과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은 제주도와 전국을 순회하면서 촬영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에세이다. 두 책에 수록된 사진은 지금 작업하는 사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일과 작업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좋은 경험이었다.”
순수사진 작업과 직업으로써의 일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김미경 사진가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그의 다음 작품은 또 다른 그를 담아 낼 멋진 그릇이 될 것이다. 일과 작업,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도 그가 즐거움을 잃지 않는 것은 어쩌면 질문이 필요 없는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취재 / 이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