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 감성을 이입해야 치유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 감성 풍경사진을 주로 촬영하는 남인근 사진작가의 사진 이야기를 듣는다 -

지난해 8월21일부터 9월4일까지 ‘사진으로 명상하다’ 사진전을 연 남인근 사진작가는 많은 사진동호인들 사이에서 감성사진의 멘토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대개 풍경사진하면 아름다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표현하지만, 남인근 사진작가의 감성적인 풍경사진은 명상과 치유의 힘을 내재하고 있다. 결국 남인근 사진작가에게 있어 사진은 촬영자의 마음을 담는 그릇인 동시에 관람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것을 권하는 도구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촬영한 아름다운 풍경사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그 풍경에 매료되게 만드는 남인근 사진작가를 만나 그만의 감성 풍경사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 남인근 사진작가

= 취미로 시작한 사진을 직업적으로 접근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 중 힘들었던 순간을 말씀해주십시오.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와중에 네이버 포토갤러리에 약 60회 가량 베스트사진으로 선정됐었지요. 이후 네이버가 강의 형식의 재능기부도 요청했고, 잡지사나 해외 관광청에서 여러 차례 작업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사진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어요. 지금도 가능하면 자유롭게 촬영하고 싶어서 원래 하던 개인 사업을 사진과 병행하다보니 금전적으로 그리 힘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나 학원에서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보니 오로지 책이나 인터넷에 의존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 스타일을 만들어야 했던 점이 힘들다면 힘든 거겠지요.”

= 사진동호인들 사이에서 ‘메카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합니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주로 활동하는 이유와 바쁜 가운데서도 동호인들과 함께 하는 출사, 강좌 등을 지속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제가 원래 기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메카포’란 닉네임은 그냥 제 머리 속에서 메카니즘을 연상해 만든 단어라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남인근’이라는 이름보다 ‘메카포’로 더 유명했는데, 이제는 블로그나 출판, 전시 활동을 하다 보니 실명도 잘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비록 저는 사진을 독학으로 깨우쳤지만 사진의 본질은 한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에 블로그나 동호회와 연계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 분들에게서 많은 점을 배우고 있습니다. 동호회에서 활동하다보면 제가 평소에 알지 못했던 관점이나 시선을 알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더 발전하는 거고요.”

= 주로 풍경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울러 풍경사진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아름다운 풍경을 통한 치유의 힘을 믿기때문에 풍경사진을 주로 촬영합니다. 감상자 스스로 풍경에 동화되어 자신의 감정을 사진에 이입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진 작품에 굳이 제목을 달지 않습니다. 풍경사진의 매력은 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드는 것을 기다리거나 혹은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풍경만 담는 것이 아니라, 풍경에 감성을 넣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풍경 안에 이야기를 담아야 감성까지 제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은 궁극적인 것과 평소 촬영 시 신경을 쓰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요?
“풍경과 감성의 결합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그 안에 작은 피사체의 동작이나 모습 하나로도 사진은 슬퍼지기도 하고 외롭거나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결국 그 피사체는 감상자 자신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진은 보는 이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보통 ‘사진에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성 표현은 시간의 흐름도 담아야 합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함께 담아야 여운이 남는 사진이 되는 거죠.”
= 사진 촬영시 자신만의 관점을 갖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결국 사진은 자신의 마음을 투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은 실재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지만, 마음으로 보면 자신의 상상과 결합돼 새로운 시선을 창조합니다. 자신을 대변하는 피사체를 찾아서 자신의 눈높이를 버리고 피사체가 자신이라 생각한 후 촬영해 보세요. 그것이 살아있는 것이든, 생명이 없는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기본을 정립한 다음에는 과감히 이론을 깨뜨리고, 보이는 대로 보지 말고 피사체를 비틀어 보는 습관을 길러보세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진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Ice Jewlry’ 바이칼, 러시아

‘오아시스’ 바다지린 사막, 중국

‘Winter Forest’ 비에이, 일본

‘미인송’ 합천, 한국

‘자승자박’ 신대방, 한국

‘파도’ 추암, 한국
▲ 남인근 사진작가의 감성 풍경사진

= ‘대한민국 감성사진 여행지’의 저자로 유명한데, 이 책을 보면 출사지마다 촬영하기 좋은 시기, 위치, 장비 등에 대해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일텐데, 책으로 발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카메라를 든 모든 이들이 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하나하나 모든 정보를 직접 터득해야 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겪었던 고생을 다른 분들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제가 아무리 상세한 촬영 정보를 제공해도 사진은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더 좋은 사진을 볼 수 있고요.”

= 사진을 즐기고 공부하는 수많은 사진동호인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진을 ‘미션’이라고 생각하거나 ‘타인들의 평가’에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언제쯤 나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십중팔구 지금도 잘 찍고 있습니다. 사진을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만족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날이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그 느낌을 담는 것이 사진입니다. 부담감을 줄이고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또한 단순한 풍경의 감동보다는 여운이 있는 감성 풍경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감동으로 묻히는 풍경사진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진을 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퍼즐을 맞추듯 오랜 시간을 통해 완성할 수 있는 사진 이야기를 담아보시길 바랍니다.”

= 향후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는 인도, 터키, 쿠바의 해외 관광청과의 작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엔 사진전도 준비해야 할테고요. 틈틈이 블로그 강좌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또한 아직 사진집을 출간한 적이 없는데, 올해는 사진집 출간도 신중히 고려해 볼 생각입니다. 사진으로 명상을 하면 단순한 감상을 넘어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저의 영원한 목표이겠지요. 결국 사진은 제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며, 감각의 유랑과도 같습니다.”

인터뷰 / 박영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