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접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DARK[닭]에게 접사의 세계를 듣다 !

사전적 의미로 ‘접사(接寫)’란 사진을 찍는 대상이 되는 물체에 렌즈를 가까이 대고 촬영함, 또는 그런 방법을 뜻한다. 말 그대로 피사체에 바짝 붙어서 촬영하는 것이다. 접사는 마치 현미경을 보듯이 아주 작은 곤충의 눈을 화면 가득 보여주기도 하는 등 아주 작아 평상시에는 미처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장르다. 국내 유명 사진 포탈인 S클럽과 R갤러리 등에서 접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DARK[닭]. 그는 사진뿐만 아니라 이미 몇 번의 기고와 출판을 할 정도로 글재주도 좋다. 그래서 좋은 사진과 초보자도 알기 쉽게 풀어주는 그의 글재주가 동원된 사용기나 강좌에는 항상 사람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말하는 ‘접사’에 대해 들어보자. - 편집자 주 -


▲ 접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DARK[닭]이 곤충사진을 접사로 촬영하는 모습

DARK[닭]이 들려주는 좋은 접사사진 촬영 노하우
접사는 피사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으므로 결국 누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얼마나 많이 촬영했느냐가 결과물의 품질을 구별짓습니다. 저를 비롯해 접사를 많이 하시는 분들을 보면 하루 출사에 5천 장 이상의 촬영도 자주 합니다. 이런 컷수는 일반 촬영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이지만 접사에서는 흔한 경우입니다. 피사체를 발견하면 자기 마음에 흡족할 때까지 방향과 크기를 달리해 여러가지 렌즈로 다양하게 촬영하는 것이 좋은 사진을 얻는 비결입니다.

= ‘접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사진을 찍다보니 자연스럽게 접사를 찍고 있는 저를 발견했다고 할까요? 물론, 계기 비슷한 이유가 한 가지 있긴 한데, 기존의 사진들을 보면 구도나 느낌 등은 좋지만 선명도 면에서 떨어지는 사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장 선명하게 찍을 수 없을까?’ 생각을 했고, 이런 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접사라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 접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특별히 곤충 접사를 많이 찍는 이유라도 있나요?
“개인적으로 움직이고 살아있는 생명을 찍는 것이 접사에 가장 어울린다고 봅니다. 식물이나 정물 등은 비교적 쉽게 촬영할 수 있지만 곤충은 언제나 순간 포착되므로 남과 다른 사진을 찍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곤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도 복잡하고 정교한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를 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접사의 꽃은 곤충이라고 생각합니다.”

= 접사 촬영이 일반 촬영과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접사는 다른 장르보다 화질에 특히 민감합니다. 인물사진이나 풍경사진은 흔들려도 나름의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접사에서 흔들린 사진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장르보다 더욱 정밀한 촬영을 요구하고 또 그만큼 화질도 좋습니다. 또한 접사는 미적 수단 이외에 교육용이나 실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이때는 더욱 화질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른 장르보다 사진의 기술적인 면이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접사 촬영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인간 중에서 몇 명만이 알수 있는 세계를 나도 볼 수 있다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매력입니다.”

= 접사 촬영을 위해 주로 어떠한 장비를 이용하나요?
“접사 촬영을 위해서는 일단 화소가 높은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장르 자체가 정밀함을 요하므로 화소가 중요합니다. 그 외에 접사렌즈(마크로렌즈), 접사링(익스텐션 튜브), 링플래시 등을 사용합니다.
그냥 인물이나 풍경을 찍으면서 틈틈히 찍는 접사는 일반적인 카메라로도 충분합니다. 심지어 콤팩트 카메라여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보다 접사를 잘 찍고 싶다면 반드시 접사 전용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앞서 말했던 고화소 DSLR 카메라와 접사 전용 렌즈, 접사링, 링플래시 등이 필수입니다. 일반 렌즈로는 원하는 화질이 나오지 않고 접사링이 없으면 초접사를 할 수 없으며, 링플래시가 없으면 초접사 촬영 시 조명의 활동이 불가능하므로 접사를 전문적으로 한다면 꼭 필요합니다.
초보자라도 접사를 주로 찍고 싶다면 접사 렌즈와 플래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접사 렌즈가 없으면 일정 거리 이상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하고, 플래시가 없으면 어두운 곳에서 손 떨림을 없애기 어려우므로 두 가지 장비는 꼭 필요합니다.”

▲ DARK[닭]이 손등에 은줄표범나비를 올려놓고 접사 촬영하는 모습



▲ 곤충 초접사 사진

= 카메라 바디에 따른 특징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풀 프레임, 크롭 등이겠고, 각 바디별로 화소수가 모두 다릅니다. 이미지 센서 크기와 이미지 화소수는 접사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이미지 센서가 크면 노이즈가 적고 화질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카메라들은 같은 조리개 수치에서도 심도가 얕아지므로, 촬영을 위해서는 조리개를 더욱 조여야합니다. 그러면 화소 밀도가 떨어지므로 접사에서는 디테일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접사만한다면 크롭센서를 사용하는 카메라가 좋습니다. 계산상으로 풀 프레임 카메라는 같은 피사체를 같은 렌즈로 같은 거리에서 촬영했을 때 크롭 카메라보다 크롭 비율의 제곱만큼 면적이 작게 찍힙니다. 일반적인 접사의 경우 더 가까이 붙어서 촬영하면 이런 점이 해결되지만 초접사의 경우는 렌즈의 최단거리에서 촬영하므로 더 이상 가까이 갈수가 없게 되고 이런 경우 크롭 카메라가 훨씬 크게 찍히게 되는 것이죠.
화소는 무조건 고화소가 좋습니다. 나비 한 마리를 4백만 개의 점으로 표현할 것인지 1천만 개로 표현 할 것인지가 바로 화소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 보급형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사진 애호가들에게 접사 사진 촬영에 필요한 장비 구성 팁을 알려줄 수 있는지요?
“현재 나오는 카메라들은 너무 잘 만들어서 보급형도 접사 사진 촬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보급형 카메라를 가지고 접사를 막 시작하는 초보자라면, 일단 표준 접사렌즈(50-70㎜ 사이의 초점거리를 가진 접사렌즈)와 플래시를 구입해서 접사를 시작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링플래시가 아닌 일반 플래시로도 어느 정도 조명효과는 볼 수 있습니다. 추후에 자기의 선호도에 따라 접사링이나 링플래시 혹은 망원 접사렌즈 같은 것을 추가로 구입하면 되겠습니다.”

= 접사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주로 자연 속으로 많이 다닐 것 같은데, 촬영하면서 위험했던 적은 없었나요?
“자연에서는 주로 나비를 눈으로 쫓으며 가다가 돌에 걸려서 넘어지거나, 절벽으로 떨어지는 일, 땅벌이나 살모사 혹은 쐐기벌레 등에 쏘이거나 물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혼자 촬영하다가 산속에서 길을 잃는 일 등 여러 가지 위험한 일들이 있습니다. 조심하는 방법 밖에는 없지만 쉽지 않죠. 산 속 같은 경우는 휴대전화도 잘 안돼서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비가 오면 더욱 위험하므로 혼자보다는 2인 이상 함께 가는 게 좋습니다. 또한 산에 가면 급격한 온도변화나 칼로리 소모로 탈수증상이 잘 일어나므로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열량이 높은 식품도 몇 가지를 들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의 곤충들을 핸드링 하는 모습이 여러 웹 갤러리를 통해 공개가 되었습니다. 접사 촬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초보자도 할 수 있을까요?
“곤충들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도망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연에서는 소금이나 미네랄 등이 귀하므로 사람의 땀 냄새에 끌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나비들이 그렇습니다. 이 점을 응용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손을 입에 대면 쉽게 올라옵니다. 특히 나비들은 낮보다는 아침에는 움직임이 둔하고 주로 먹이를 찾기 위해 땅에 내려오는데, 이때 소금기가 있는 손(땀을 묻히는 등)을 대면 미네랄 섭취를 위해 손에 잘 올라옵니다. 또 교미를 하고 있을 경우는 잘 도망가지 않으므로 이때도 손에 올리기 쉽습니다.

인터뷰 / 김재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