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역사를 바로 보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전성영을 만나다!

- 지난 4월, 대안공간건희에서 생애 첫 번째 개인전 ‘시간의 지문’전 열어 -

지난 4월, 대안공간건희에선 카메라로 쓴 한 편의 한국고대사가 공개됐다. 역사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전성영의 첫 번째 사진전 ‘시간의 지문’을 일컫는 이번 전시회에선 그가 10년 동안 한국, 중국의 유물 발굴 현장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16점의 엄선된 작품이 전시되었다. 신구대 사진과 졸업 후, 우연찮게 마주한 광개토대왕릉비에서 ‘역사 다큐멘터리 사진가’란 모티브를 얻은 전성영은 시간이 축적된 갖가지 유물, 유적 속에서 역사서에 소개되지 않은 자유로운 역사적 해석을 보여준다. 특히, 전성영 사진작가는 지난 2004년 집필한 ‘천리장성에 올라 고구려를 꿈꾼다’에서 그가 몸소 겪고 느낀 역사적 체험과 사진을 소개하며 역사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제 전성영 사진작가는 일본의 역사적 왜곡을 반증하려는 사진전을 준비 중이다. 사진작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스스로에게 책임과 의무를 끊임없이 부가하고 풀어내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전성영을 만났다. - 편집자 주 -


▲ 역사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전성영

“‘시간의 지문’展은 카메라로 쓴 한 편의 한국고대사다(문화평론가 유명종)”


= 다큐멘터리 사진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예전에 항공사 기내지를 제작하면서 동북아 8개 도시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고구려의 두 번째 도읍인 지안(集安)이라는 도시에 갔었는데, 그곳엔 광개토대왕비, 장군총, 동래성 등 엄청나게 많은 유적들이 있었고, 굉장한 기를 뿜어내는 곳이었죠. 지안의 수많은 고구려 유물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광개토대왕비였습니다. 중국에서는 보통 비석을 만들 때 손을 많이 대는데 반해, 높이가 7m에 이르는 이 비석은 자연석 그대로에 글자를 새겨 넣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고구려에 관심을 갖고, 서울에 돌아와서도 줄곧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 와중에 (사)고구려연구회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일반인 대상의 고구려 역사 6개월 과정을 이수하면서 나름대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다보니 삼국시대에 한강유역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한강유역의 삼국시대 유적을 조사하기위해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한 것이 한성백제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또 삼국사기에 연개소문이 축조했다고 기록된 천리장성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진행해 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 대안공간건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외부에 사진작품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작품을 공개하는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2004년에 발간한 ‘천리장성에 올라 고구려를 꿈꾼다’에 사진 몇 장이 실렸습니다. 그리고 단행본에 들어간 사진도 실렸는데 대부분 정보성이 강한 사진들이었습니다.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사진들은 사실적인 기록보다는 파인아트 감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간 촬영한 10만 컷의 사진 중 전시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전시작은 큐레이터와 함께 골랐는데,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메인 사진은 전시되지 않았지만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사진을 선택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지문’ 사진전에선 전체적으로 통일된 주제의 작품을 선별해 총 16점을 전시했습니다.”


▲ 지난 4월, 대안공간건희에서 열렸던 전성영 사진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시간의 지문’에 전시된 작품 ‘백암성’

=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해외 촬영 시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국에선 발굴 현장에 들어가기도 어려울뿐더러 관련 정보를 얻기도 어렵습니다. 각계 전문가들을 모시고 발굴 현장을 공개하는 날이 한번 있는데, 이날은 언론에도 촬영이 허용됩니다. 문제는 그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발굴 현장의 사람들과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아야만 유용한 정보를 습득할 수가 있습니다. 한,중,일의 세 나라 중 작업하기 가장 힘든 곳은 중국입니다. 일례로 중국에서 4지역을 촬영 하던 중 지안에 있는 환도산성에서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다가 경찰에게 붙잡힌 적이 있습니다. 갖은 지략을 펴서 빈 필름만 뺏겼지만 상당한 벌금을 감수해야 했으며, 결국 공안에게 카메라를 뺏기고 말았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면 감금도 피하지 못할 뻔 했습니다.
한편, 일본은 한반도와 관련된 백제인, 신라인, 고구려인을 모시는 신사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역사 자체를 왜곡하는 일이 많아서 모든 것을 수수께끼 풀어 가듯 접근해야 합니다. ‘일본의 고대 역사가 한국에서 전파되어 만들어진 역사’라고 인식하지 않고 과거를 단절시키려는 정책을 펴 역사가 왜곡되어 진실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 사진 작업을 할 때 극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제가 촬영하는 모든 것이 과거의 사건이므로, 그것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처음엔 유물이나 유적을 촬영하면서 많은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유물 자체로도 충분한 아우라를 풍기지만 너무 일관된 모습으로만 보여지는 것이 딜레마였죠. 그래서 나름대로 찾은 방법이 발굴 현장에 무조건 찾아가는 거였습니다. 발굴 현장에서 촬영하는 유물은 선조들이 만들고 사용했던 것이지만, 지금 촬영하면 그때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생기죠. 그것이 바로 시간의 벽입니다. 간혹 그 벽을 조금은 극복할 때가 있지만, 결국 시간의 벽을 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아무래도 그런 사진은 과거와 교감이 필요한 초현실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제 스스로가 조금 더 깊게 교감해야 하리라 봅니다.”

= 사진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 지난 4월에 열린 첫 개인전은 제가 지금껏 촬영한 작품 중 극히 일부분만 공개한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다음에는 또 다른 느낌에 더 많은 사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천리장성에 올라 고구려를 꿈꾼다’에 이어 백제에 관한 두 번째 책을 기획 중입니다. 사진가의 시점에서 백제의 시기별로 중요한 테마를 보여줄 것입니다.
오는 9월엔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를 엽니다. 사철을 제련해 강철을 만들고 그것으로 칼을 만드는 지인을 통해 그 제작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재밌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역사서를 살펴보면, 조선시대에만 사철을 이용했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이 일본에 제철기술을 전해준 것이 분명하지만, 일부에선 일본에서 기술이 전파되었다는 설도 있어서 이를 반증하려는 의도에서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왜곡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사진으로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꿈인가?’
-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꿈인 사람들을 위한 3가지 노하우 -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의미는 매우 광범위하다. 관심 분야에 따라 다큐멘터리 사진은 역사를 말할 수도 있고, 단지 유물만 보여줄 수도 있다. 문화재에 관심을 갖고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은 많다. 다만 역사의식을 갖고 문화재를 촬영하는 사진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큐멘터리에 관심 있는 사진가들이 동시에 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라며, 아울러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될 수 있는 노하우 3가지를 소개한다.

1. 역사에 흥미를 가져라
역사 다큐멘터리는 지식 없이 억지로 촬영할 수 없다. 현장에서 마구잡이로 촬영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흥미나 관심을 유발해야한다. 무엇보다도 역사에 흥미가 없으면, 자신의 감성을 담아 촬영하기 힘들다.
2. 역사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라
어느 정도의 역사 지식을 쌓는데, 역사 스페셜과 같은 교육용 방송을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방대한 정보를 함축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구성해 문화 현장을 미리 볼 수 있고, 관련 소양을 쌓는데 적격이다. 짧은 시간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3. 한 가지 주제로 촬영하라
나 같은 경우, 처음에 만리장성을 주제로 촬영했다. 2년 동안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습득한 결과 만리장성에 대한 책을 편찬할 수 있었다. 광대한 역사에 무작정 접근하기 보다는 한 가지 주제를 마련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촬영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뷰 / 안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