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이들의 모습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 국내외 야생의 현장을 찾아 동물의 다양한 모습을 촬영하는 동물사진 전문가, 박경대를 만나다 -
동물은 예로부터 인간의 삶 속에서 믿음의 수단으로, 식량의 근원으로, 유희의 도구로 인간과 함께 해왔다. 특히, 2010년 경인년은 60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백호의 해로, 그 어느 때보다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다. 사진계에서도 동물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인기 촬영 아이템 중 하나로, 일부 사진가 중엔 애완견 사진만 전문으로 찍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내셔널지오그래픽 작가들처럼 동물의 본능적인 야생 습성을 사진에 온전히 담아 낸 한국 사진가는 극히 드물다. 이토록 척박한 한국의 생태 사진계에도 오랜 시간 동물사진에 매진해 온 사진가가 있으니 바로 동물사진 전문가, 박경대다. 그는 25년 전, 처음 동물사진으로 공모전에 입상한 후 한국생태사진가협회(www.kawp.co.kr) 소속으로 동물 모습전, 동물가족, 호랑이사진전, 야생의 숨결전 등 다수의 개인전과 ‘생명의 숨결’, ‘동물찬가’, ‘야생의 숨결’ 등 동물사진 관련 서적을 출간하며 동물사진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선 ‘동물사진’이라면 이역만리 아프리카 초원도 마다않고 달려가는 열정 가득한 박경대 사진가를 만났다. - 편집자 주 -

▲ 약 25년 간 동물사진을 촬영해 온 박경대 사진가

동물사진을 촬영하면, 오랜 기다림 뒤에 찾아오는 재미와 희열을 느낄 수 있어
(사)한국사진작가협회와 한국생태사진가협회 소속인 박경대 동물사진가는 지난 25년 동안 4회의 개인전을 열고, ‘생명의 숨결’(1992년), ‘동물찬가’(1995년), ‘야생의숨결’(2008년) 등 3권의 동물 사진집을 출간했으며, 현재 대구매일신문에 ‘박경대의 동물 세계’를 연재하고 있다.
사진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어미 소와 송아지가 정답게 있는 사진을 공모전에 출품해 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동물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촬영하고 있다.
“동물사진은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것과 같은 기쁨을 선사하는 장르입니다. 동물의 행동 하나하나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며, 오랜 기다림 뒤에 오는 한 순간의 희열은 동물사진을 촬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움직이는 사물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이 수반된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이 연속되면 지루함으로 이어지고, 모든 상황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고통을 이겨 내야 만이 동물사진과 같은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박경대 사진가는 기다림 뒤에 찾아오는 재미와 희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25년이란 긴 시간 동안 동물사진에 매진할 수 있었다.

사실적인 동물사진을 촬영하려면 장소와 상황에 따른 대처법 숙지해야
사실적인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선 그 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연이란 현장은 촬영에 많은 제약이 따르지만, 카메라의 다변성이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박경대 사진가는 동물 촬영 시 주로 펜탁스 645와 67 카메라 그리고 35~600㎜의 렌즈를 사용한다. 특히, 35㎜카메라 기준으로 600㎜ 망원렌즈로 촬영할 때가 많으며, 간혹 마이크로 렌즈와 링 스트로보를 이용해 개미나 곤충 같은 작은 생물을 촬영한다.
“동물사진을 비롯한 모든 촬영은 장소에 따라 다른 상황이 연출됩니다. 새들의 천국인 인도의 바랏푸르(Bharatpur)에서는 사람이 접근해도 새들이 날아가지 않아 200㎜ 망원렌즈로도 촬영이 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라 센서로 작동하는 리모콘 장비나 밤에 사용하는 적외선 촬영 장비, 개미 굴 속을 촬영하는 내시경 카메라 등도 사용되지만, 너무 장비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또 동물사진을 촬영할 때는 비닐봉지, 먹이 등이 유용하다. 조그만 비닐봉지에 바람을 넣고 터뜨리면 동물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 이런 효과는 간단한 먹이로도 가능하다. 곤충을 촬영할 때는 분무기, 스트로보, 배경막이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때 자극적인 향수는 피해야하며, 간혹 전자파에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맹수도 있으니 휴대폰의 전원은 꺼 두는 것이 좋다.
박경대 사진가는 “동물을 촬영하러 해외 출사를 많이 떠나는데, 종종 예기치 않은 위험한 상황에 닥칠 때도 많았습니다. 동물사진을 찍던 초기에 사자가 배부르면 하루 종일 잔다는 사실을 몰라 시간을 낭비한 적이 있는가 하면, 여름철 숲 속에서 모기와의 싸움은 동물 촬영에서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라고 회상한다.
또한 “인도 렌섬버에서 오픈카로 이동하던 중 차량이 고장 나 야생 호랑이를 만난적이 있으며, 케냐에선 포악한 버팔로의 공격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또 미사이마라의 외길에서 코끼리 무리를 만나 차량 속에서 코끼리가 다 지나갈 동안 식은땀을 흘리며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동물에 의한 에피소드 말고도 부주위에 의한 사고도 있습니다. 한번은 경북 고령에서 흑두루미를 촬영하기 위해 냉장고 박스 안에서 잠복하던 중, 빈 박스인 줄 알고 사격 연습을 하려던 불법 사냥꾼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습니다.”라고 박경대 사진가는 전한다.


▲ 동물사진가, 박경대는 “모든 동물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자연의 섭리인 먹이사슬에 인간이 들어간다면 균형이 무너질 것이다”고 전했다.(사진은 박경대 사진가가 촬영한 동물사진)

동물사진을 촬영할 땐 무엇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봐야 해
2010년은 경인년, 백호의 해다. 한국에서 호랑이를 촬영할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적인데, 대표적인 곳이 사파리 차를 타고 호랑이 우리를 관람하는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가 대표적이다. 관리인 지프카를 타고 촬영하면 호랑이의 용맹한 모습을 좀 더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겠지만 언론사의 협조 공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해외의 경우, 중국 하얼빈에 있는 동북호림원에서 지프차를 타고 호랑이를 근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다. 관광객이 닭, 토끼, 염소 등의 먹이를 주면서 야생훈련을 시킬 수 있는데,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은 좁은 우리에 갇혀 있으므로 일종의 스트레스성 행동을 종종 보입니다. 시간을 두고 관찰하다보면 동물의 행동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물들이 식사하는 시간을 파악해 그 모습을 관찰하면 좋은 장면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동물을 비롯한 생태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지식이다. 앞서 박경대 사진가가 말했듯이, ‘사자가 배부르면 하루 종일 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귀중한 시간을 헛되게 날려 버릴 수 있다. 또 동물들은 새끼와 있을 때 민감해지므로 새끼를 만지거나 먹이에 손대는 등의 위험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이와 함께 경험이 많을수록 좋은 동물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박경대 사진가는 ‘동물 촬영에서 정지 화면보다 슬로우 셔터를 이용해 동감을 살리는 것도 좋으며, 동물사진의 포인트는 눈이므로 눈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동물 사진을 찍을 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먹이 사슬의 정점에 속하는 육식동물을 무서워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이것은 야생의 생활이자,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걸음 떨어진 상태에서 그저 바라봐야합니다.”
박경대 사진가는 ‘동물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자연에 잠시 머물렀다면 먹이사슬의 균형을 파괴하지 말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것’을 부탁했다. 아주 사소한 생태 자원이 생태계에서 사라진다면 그로인한 파장은 곧 인간에게 돌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취재 / 이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