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실작업은 손끝으로 사진의 색상을 조절하면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 때문에 개인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 아날로그의 감성을 표현하는 ‘암실연구회 까망’의 이남협 회장과 황금택 디렉터를 만나 암실연구회 까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

▲ 암실연구회 까망의 이남협 회장

주위에 온통 형형색색의 컬러 사진이 넘쳐나는 요즘, 화려한 색으로 사진을 치장하기보다 오로지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로운 흑백 사진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 넓지 않은 작업실 한 켠에서 회원들이 인화작업을 하느라 늘 분주하고, 전반적인 메커니즘이 디지털로 변화된 현대 사진시장에서 유독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심취한 동호회, 암실연구회 까망(www.caman.co.kr)이 그 주인공이다.
다채로운 색의 홍수에 질린 탓일까? 아니면 흑백만으로도 표현할 것이 너무 많아서일까? 과연 무엇이 까망 회원들을 암실작업에 그토록 매료시킨 것일까? 암실연구회 까망의 이남협 회장과 황금택 디렉터에게 작지만 소중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

1996년 8월, 암실작업에 뜻을 둔 사람들이 모여 ‘암실연구회 까망(이하 까망)’을 창립했다. ‘암실연구회 까망’, 동호회 이름치고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지만 그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보다 적절한 단어도 없다. 까망 회원에게 촬영과 인화는 기본이므로, 그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한다. 까망은 회원들이 편하게 암실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2개의 암실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암실작업이라는 게 개인이 준비하기에 비용이나 장소 등에 있어서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공동으로 준비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동호회 암실을 설치했습니다. 물론, 2개의 암실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의 고정 비용을 확보해야하므로 힘든 점도 있지만 회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보람도 큽니다”라고 이남협 회장은 자신이 까망을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까망의 정회원이라면 횟수에 제한 없이 암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까망에선 촬영부터 현상, 인화를 모두 스스로 도맡아 해야 하기에 암실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회원들에게 작업이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하다.
“까망은 초보자를 위해 사진과 암실작업에 대한 1:1 기초 교육을 실시합니다. 비록 사진에 대한 교육이지만 타 동호회 처럼 촬영기법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카메라의 메커니즘을 다루죠. 어차피 카메라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므로 사진을 잘 찍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라며, 이남협 회장은 ‘이와 같은 기초교육을 마친 신입 회원들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날개를 달게된다’고 귀띔한다.

▲ 출사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까망 회원들

▲ 암실연구회 까망에서 작업한 흑백사진

까망은 총 1백50명의 온·오프라인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정회원은 20명 정도다. 정회원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 정기모임을 통해 출사 계획 및 동호회 개선안, 장비 및 약품 구입 등에 대해 논의하고, 매월 셋째 주 일요일마다 정기출사를 나간다. 암실작업을 하기 위해 모인 그들이지만 암실작업 이전에 흑백사진도 꾸준히 촬영하고 있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것을 찍기 때문에 서울 근교는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출사 장소도 매우 다양합니다. 때때로 모델 촬영도 하는데, 아마추어 모델을 섭외해 작업을 합니다. 프로 모델의 포즈가 우수하지만 너무 정형화 된 면이 있어서 수줍지만 당당한 아마추어 모델을 주로 촬영하는 것입니다.”
까망에선 촬영 모델에게 모델료 대신 좀 더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것을 선물한다.
“우리와 함께 사진 작업을 한 모델에게 돈보다는 추억을 안겨 주고 싶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진집을 만들어 선물해요. 모델 역시 모델료보다는 평생 남는 사진집을 더 원하더라고요.”
‘모든 사진의 근간에 흑백사진이 있다’는 까망. “사진 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흑백사진과 암실작업은 꼭 거쳐야 할 과정이죠. 흑백사진과 암실작업은 톤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한 사진의 기초와도 같습니다”라고 까망의 이남협 회장은 전한다.
암실작업을 통해 사진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까망. 그렇다면 까망이 생각하는 암실작업의 매력은 무엇일까?
“매력이라….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항상 해왔던 것이기에 딱히 ‘암실의 매력은 이거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손맛이죠. 물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포토샵의 버닝과 닷징으로 작업을 한 후, 사진을 인화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작업한 사진은 필름의 멋을 표현하기 어렵죠. 반면, 암실작업은 자신의 손끝으로 조절을 하면서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 때문에 개인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죠. 모든 과정을 자신의 손으로 하니까 작품이 탄생했을 때 만족도 또한 아주 높아요.”
‘그 손맛에 매료되기 전에는 인화 작업이 다소 어렵고 성가셔서 그만두는 회원도 종종 있다’고 까망의 이남협 회장은 전한다.
“암실작업의 경우, 개인이 현상부터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해야 하므로 인화전문점에서 사진을 출력할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또한 암실작업이라는 게 반복이어서 작업의 진가를 느끼기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가 가장 안타까워요.”
암실작업의 매력에 빠지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그 맛을 알게 되면 스스로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서일까 까망은 개인의 창작 활동에 대해 서로 개입하지 않는다.
“사진을 위한 기계적인 조작이나 원리, 기술적인 면은 최상을 추구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철저히 교육을 하지만 카메라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순간부터는 촬영자의 몫이므로 전혀 개입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회원들의 사진을 보면 자유스러움과 독특함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까망은 그동안 회원들의 독창적인 사진을 모아 5번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진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지 못하지만, 비정기적으로라도 회원 스스로 인화한 작품을 작업실에 전시하기에 더욱 뜻 깊다.
까망은 2005년 이후로 사진전을 열지 못했는데, 조만간 6번째 전시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아날로그 사진이 향수가 되어 버린 지금, 사진의 기본을 고수하며 까망다운 독창적인 모습을 형성해가는 암실연구회 까망이기에 6번째 사진전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든다.

인터뷰 / 박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