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들은 카메라를 통해 불성(佛性)을 탐구합니다.”

- 한국불교사진협회 고흥택 회장을 만나 불교사진의 의미와 주요 활동 사항을 듣는다 -
한국불교사진협회의 제17회 회원전과 제6회 청소년불교사진공모전 작품전이 지난 5월14일, 대한불교조계종 국제선센터에서 시작해 서울 도선사, 양주 육지상사, 대구문화예술회관 등 전국 각지에서 총 네 차례 개최됐다. 이번 회원전의 주제인 ‘산문(山門), 참 나를 찾아서’에서 산문은 속계와 승계의 경계이자 이승과 명부가 갈라지는 경계를 의미한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이들은 얼마나 많은 산문을 찾았을까. 회원들의 산문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세에서 부대끼며 겹겹이 쌓아올렸던 시름들을 잠시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람을 향해 한 발을 떼고 싶어진다. 한국불교사진협회의 고흥택 회장을 만나 이 협회가 추구하는 ‘불교사진’과 그 활동 현황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 한국불교사진협회 고흥택 회장

한국불교사진협회의 설립 배경 및 창립 취지가 궁금하다.
“1995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부천시 문예전시관에서 석왕사 심상사진전시회가 개최됐다. 이때 부처님 말씀을 불교사진으로 승화시키고자 불교 사진작가 이병윤, 이종섭과 부천시사협 이승민 작가가 불교사진클럽 창립을 논의했다. 이후 전국에서 활동 중인 스님 작가, 불자 사진가를 개별 방문해 그 취지를 알렸고, 삼성카메라클럽 부회장인 안장헌 선생과 부산 범조사 관어 스님을 고문으로, 이승민 작가를 지도위원으로 추대해 1995년 12월 대한민국불교사진연합회를 창립하게 되었다. 그 후 2008년 지금의 한국불교사진협회로 개칭했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되 부처님의 지혜를 찾아 헤매는 초발심이 한국불교사진협회를 창립한 주된 동기다. 또한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온 조상들의 불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불교 문화재를 계승하는 동시에 부처님의 말씀을 올바로 전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불교를 주제로 한 사진을 주로 촬영하는데, 불교사진은 일반 사진과 어떻게 다른가?
“전국 방방곡곡의 가람을 찾아다니며 불상·탑·산문 등 불교 문화유산과 불교 행사 및 산사 주변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사찰을 찾는 일반인들도 이와 같은 소재의 사진을 많이 찍지만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와 다르다. 불자가 아닌 일반인이 사찰에서 촬영한 사진은 기념의 성격이 강한 반면, 우리 회원들은 부처님을 생각하기 위한 대상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며 불심을 다진다. 예를 들어, 불심이 깊은 회원들은 부처상을 보더라도 빛과 구도에 따라 심오한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한국불교사진협회에선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가? 또 전국 단위의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나?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과 토요일은 전국 산사를 찾아다니며 촬영대회를 실시한다. 촬영대회 때마다 사찰 2~3곳을 방문하는데, 주지스님의 협조 하에 절에서 1박을 한 후 해 뜨기 전부터 여명을 카메라에 담는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파손 여부와 도난 우려를 유심히 살핀다. 보수나 보호가 필요한 문화재는 사진으로 찍어 문화재청에 알리기도 한다. 또한 1년에 한 번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사진전을 연다. 한국불교사진협회는 서울 본회 뿐 아니라 대구·경남 지회를 두고 있고, 올해는 광주지회를 새로 인준받았다. 각 지회마다 개별적으로 촬영대회를 실시하고, 3개월에 한 번씩 각 지회와 서울 본회가 함께 전국촬영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불교사진협회 홈페이지 내에 ‘품평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누구나 사진을 올리고 품평할 수 있나?
“매월 둘째 주 목요일마다 월례회를 진행한다. 월례회는 전 달에 회원들이 촬영대회에서 찍은 사진을 불교사진에 조예가 깊은 안장헌·이병윤 자문위원에게 품평을 받는 자리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사진만 찍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조언도 받을 수 있어 회원들은 사진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자리에서 평가 받은 사진만 품평 갤러리에 등록된다.”


▲ 한국불교사진협회는 3개월에 한 번씩 전국 회원들이 모여 전국촬영대회를 개최한다.(사진은 지난 3월, 지리산 천은사에서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한 것)




▲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들이 촬영한 불교사진(위에서부터 최우성, 이병윤, 전제우, 김우영 회원의 작품)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협회에 입회가 가능한가? 같은 종교인들이 모인 단체이기 때문에 일반 사진 동호회와 분위기가 다를 것 같은데, 어떤 장점이 있나?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준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우리 한국불교사진협회에는 천주교 신자도 여럿 활동하고 있다. 사진동호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카메라의 대중화로 굉장히 많은 사진동호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4~5년 잘 운영되다가 회원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활동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 협회의 경우 이번 사진전이 벌써 17회째인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시회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모두가 불심으로 결속력을 다져온 덕분이다. 부천에서 활동하는 ‘심상’이라는 불교 사진동호회와도 남매지간처럼 잘 지내고 있다.”

한국불교사진협회에선 청소년불교사진 공모전도 시행하고 있는데, 운영 취지 및 성과는 어떤가?
“2007년부터 청소년불교사진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로 벌써 6회째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불심을 일깨워주고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의 지원 아래 청소년들의 불자화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템플스테이나 각종 불교행사 등 불교를 주제로 한 사진을 중심으로 매년 2백점 가량의 작품이 출품되고 있다.”

우리나라엔 불교문화유산이 풍부하다. 협회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출사 명소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해남의 미황사는 국내 템플스테이의 원조로, 일몰이 아름다운 절이다. 석가모니불이 봉안돼 있는 응진당은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미황사괘불탱이라는 불화도 유명하다. 봉화의 축서사는 비루전, 석등, 삼층석탑 등이 잘 가꿔진 정갈한 가람으로, 축서사에 가면 언제나 가슴이 탁 트인다. 또한 가을 꽃 무릇과 눈 덮인 산사의 절경을 음미할 수 있는 고창 선운사는 가을이나 겨울에 가면 좋고, 양산의 통도사는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국내 5대 적멸보궁으로, 오래된 전각과 금강계단이 돋보이는 전통 사찰이다.”

향후 활동 계획이나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 대한불교 천태종에서 ‘제1회 불교사진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올해 공모전은 천태종의 제안으로 한국불교사진협회와 공동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순경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입상하면 (사)한국사진작가협회의 입회 점수도 인정받을 수 있어 신진 사진작가의 등용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가 깊은 한국불교사진협회는 회원의 60% 가량이 창립 초기부터 활동한 열혈 멤버들이다. 보다 많은 젊은 불자 사진가들이 입회해 그 뜻을 함께 하길 바란다.”

인터뷰 / 박영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