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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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사진회는 국내 컬러 사진의 반세기를 이끌어 온 순수사진동호회입니다.
- 1960년 창립되어 다채로운 컬러 사진 예술을 선도하는 무지개사진회의 조한홍 회장 및 운영진을 만나 무지개사진회의 태동과 반세기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
지난해 11월3일부터 9일까지, 갤러리 이룸에서 ‘몰아의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무지개사진회의 창립 51주년 회원전이 열렸다. 국내 컬러 사진 보급에 반세기를 바친 무지개사진회의 사진은 사계(四季)가 선사하는 천연 빛깔을 때로는 화사하게, 때로는 담백하게 표현한다. 어느새 고희를 훌쩍 넘긴 원로 회원들은 무거운 카메라가 버겁기도 할텐데, 열정적인 작업 활동만은 그대로다. 카메라를 구경하기도 힘들만큼 척박하던 1960년대에 컬러 사진이라는 혁신을 꿈꾸었던 무지개사진회의 무지갯빛 열정은 요즘의 사진동호인들이 계승해야 할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무지개사진회의 조한홍 회장과 운영진들을 만나 무지개사진회의 태동과 반세기의 역사를 되짚어 보았다. - 편집자 주 -
▲ 무지개사진회의 조한홍 회장(오른쪽에서 다섯번째)과 회원들이 회원전 오픈식에 참여, 축배를 하고 있다.
한국 사진 역사와 함께 한 반세기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하느라 힘겨웠던 1950~60년대. 당시는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우리 모두의 당면과제였다. 하지만 그러한 시기에 사진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땅에 사진에 대한 열정의 씨앗을 심은 선구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현대 사진동호회의 원로격인 무지개사진회다.
지금은 한 사람이 여러 대를 보유할 정도로 카메라가 일반화되었지만 1950~60년대만 해도 카메라는 일반인들이 구경조차 하기 힘든 진기한 물건이었다. 이 시기에 대한민국 공보부 공보실에서 사진 업무를 담당하던 故 김풍환, 故 한규성, 윤정규 3인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하면 된다’는 집념과 젊은이들의 열정을 모아 1960년 중앙공보관 전시실에서 최초의 컬러사진 전시회 ‘천연색사진 3인전’을 열었다. 컬러 사진을 처음 접한 많은 사람들은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고, 이 전시에 감명받은 8명이 뜻을 모아 현재의 무지개사진회를 창설했다.
“지금은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당시 무지개사진회는 국내 사진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무지개사진회 회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한 마디로 사진의 대가들이 모인 곳이라는 인식이 퍼져 사진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컬러사진 저변 확대에 앞장 서
“무지개는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자연 현상입니다. 사진도 빛이 만들어내는 예술이구요. 특히, 컬러 사진은 빛의 3요소를 응용한 영상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지개사진회’라는 이름은 무지개의 아름다움처럼 다채로운 컬러 사진의 예술을 구현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이름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듯 무지개사진회는 컬러 사진만 고집한다. 지금이야 컬러사진만 고집한다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흑백 사진을 보는 일이 귀할 정도다. 하지만 특수 계층만 사진을 향유하던 당시만 해도 흑백 사진이 주류를 이뤘다. 몇몇 선도기업이 상업 용도로 컬러 사진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일반인들에게 있어 컬러사진은 기술적, 경제적 이유로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무지개사진회가 그 성역에 도전한 것이다. 그래서 무지개사진회에는 ‘우리나라 컬러 사진 모임의 효시이자, 컬러 사진 보급의 주역’이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회원들의 작품 활동은 녹록치 않았다. 컬러 사진용 필름은 물론, 사진 현상에 필요한 기구나 약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미군부대에 수소문해 물품을 구하거나 미국 하와이에 사진 현상을 의뢰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진전을 개최할 전시 공간도 부족했고, 각종 홍보자료를 만드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무지개사진회는 지난 1960년 10월 ‘무지개사진회 창립 작품전’을 개최했으며, 윤보선 대통령 내외가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격려해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무지개사진회는 국내 사진동호회
효시이자, 컬러 사진 보급의 주역"
▲ 무지개사진회의 정기 사진전에 전시된 작품(위에서부터 서승민, 윤복호, 윤정규, 이순희, 이완형 작품)
컬러 영상 문화 발전에 기여
지난해 무지개사진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뜻 깊은 사진전을 열었다. 반세기 동안 꿋꿋히 한 길을 걸어 온 무지개사진회는 한국 사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고 있지만 1960년대만 해도 전시장 대관이 어려워 2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개최해야만 했다. 1970년대에는 이화여자고등학교, 경기고등학교, 경복고등학교 등에 사진반을 만들어 사진 기술을 전수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회원이 늘고 작품 활동도 왕성해져 이때가 무지개사진회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1984년부터는 15차례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전당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는데, 그 때만 해도 권위적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진전을 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1996년에는 사진예술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에서 제27회 회원전을 열기도 했다.
무지개사진회의 컬러 사진 확산에 대한 노력은 단지 사진 예술의 발전에만 기여한 것이 아니다. 사진은 방송 미디어 및 애니메이션, 광고 등 다른 영상분야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1960년대 이후 컬러 사진은 우리나라 영상 문화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무지개사진회 회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창립 이후 무지개사진회의 회원들은 당시 언론계, 학계, 정부기관, 산업체 등에서 활동하던 실무자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컬러 사진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자신합니다.”
새로운 반세기를 향한 출발
현재 무지개사진회는 총 21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초기에는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회원을 입회시켰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보다 많은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자 회원 과반수 동의제로 입회 절차를 완화했다. 사진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젊은이들보다 뜨겁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법. 현재 무지개사진회의 창립자 3명 중 2명은 이미 고인이 됐으며, 남아있는 회원들도 70~80대가 대부분이다. 무지개사진회에서 50~60대 회원은 젊은 축에 속한다.
무지개사진회의 조한홍 회장은 “사진에 청춘을 받친 선배들에게 무지개사진회는 삶의 전부이며 자존심”이라고 원로 회원들의 그 동안의 노고와 깊은 애정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가 우후죽순 늘어나 컬러 사진은 대중화 시대를 맞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타 동호회와 차별화하지 못한 점과 젊은 세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지 못한 점은 무지개사진회의 문제점’이라며 솔직한 자성도 잊지 않았다.
무지개사진회의 조한홍 회장은 “시대의 흐름과 조류는 무시할 수 없다”며, “1960년대 컬러 사진의 영역을 개척한 무지개사진회의 전통과 긍지를 살려 이제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척박한 이 땅에 컬러 사진을 보급하기 위해 청춘을 받친 무지개사진회 원로 회원들의 정신만은 많은 사진동호인들에게 온전히 후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터뷰 / 박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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